매일신문

[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1년] (하)시민 서비스평가엔 '싸늘'

"환승말고 좋아진 게 없다"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구시에는 한 달 평균 179건의 시내버스 불편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준공영제로 서비스 개선을 바랐던 시민들은 대부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냉담한 반응. 게다가 버스업체 간 경쟁이 전혀 없는데다 경영 책임성 부재로 시설 개선도 '멈춤 상태'다.

◇달라진 게 뭐 있나요?

15일 대구 중구 밀리오레 앞에서 만난 이옥분(45·여·수성구 범물동) 씨는 범물동으로 가는 버스를 18분 째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무료로 갈아타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뛰어오는 손님을 외면하기 일쑤고 노인들 승차거부는 도가 지나칠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구 중구청 앞에서 만난 김기현(33) 씨도 "기사들이 운행 중에 담배를 피고 전화를 하는 등의 위험한 행동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모(40) 씨는 "정해진 운행간격보다 늦어 따져 물었더니 오히려 '고발하면 될 것 아니냐'고 큰소리쳤고 목적지까지 난폭운전을 해 무서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김미옥(70·여·수성구 만촌동) 씨는 "한번 탈 차비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어 돈은 절약된다."며 "운전기사마다 다르지만 친절한 분들도 많이 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구시에 접수된 시내버스 불편신고 건수는 모두 1천792건, 하루 평균 5.9건 이었다.

◇준공영제 시행 잘했다

준공영제의 수혜자는 시민이 아니라 버스기사들이었다. 임금체불이 사라졌고, 수익금 스트레스에서도 해방됐기 때문. 버스기사 박모(46) 씨는 "월급도 제때 나오고 한명이라도 더 태워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히 해소됐다."며 "단일노선이기 때문에 운행하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공영제가 시행됐지만 버스기사 복지 부문에는 투자가 전혀 없고 업체들의 시설재투자도 '제로' 상태라는 질책도 뒤따랐다. 한 시내버스업체 노조 관계자는 "여름, 겨울에는 원가절감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냉·난방을 제대로 해주기 어려워 서비스나 친절도에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 볼 땐 준공영제는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문제들

대구시가 각 버스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을 거둬 나눠주는 '수입금공동관리제'와 운송적자분을 전액 지원하는 '준공영제' 때문에 버스업체간 경쟁이 사라지고 시설·복지 재투자도 원천봉쇄됐다는 지적도 높다. 당초 시민들의 교통권 보호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시행한다는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것. 업체들은 혁신적인 경영으로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보다 어떻게 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더 받을 것이냐에만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버스 운행을 실시간 감시·감독하고 있는 BMS시스템의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04년 시내버스 외부회계감사에서는 시내버스업체 29곳 중 22곳이 자본잠식상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내버스업체가 '준공영제 거부'라는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는 것. 최준 대구시내버스조합 이사장은 "최근 발표된 광주시의 표준운송원가 책정안의 경우 버스회사의 어려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직원퇴직금적립분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적자경영이 계속된다면 준공영제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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