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신규 면허 발급 문제와 관련, 지난 14일 오후 열린 대구시 대중교통개선위원회 회의는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일종의 '연출'이었다. 학계, 조합 관계자, 시민단체, 공무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대중교통개선위원회(위원장 권영세 대구시부시장)가 '3년치 개인택시면허 취소분만 신규 허용한다.'는 결론을 냈지만 대구시가 미리 구상한 결과를 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회의는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위원 중 택시업계 이해당사자를 대기실로 내보낸 뒤 대중교통과장이 '다른 시·도의 개인택시업계 동향'을 보고했고, 법인 및 개인택시 조합 관계자, 택시노조, 법인택시기사 순으로 한 명씩 회의실로 들어와 의견을 내고 바로 돌아갔다. 이후 이해당사자가 아닌 위원들만 남아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사실'만을 실어 발표해야 할 보고서에 "여론, 언론, 교통전문가, 시민, 담당부서의 의견 모두 택시가 너무 많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고 신규면허를 내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노골적으로 밝혀 놓은 것. 그러나 개인택시 신규면허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조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 '공감'은 어떤 과정을 통해 도출됐는지 여부는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다.
또 개인택시 신규 면허 대수 공식 결정 과정도 각본대로였다. 한 위원이 "3년치 자연취소분 42대라도 허용해주는 것이 개인택시 면허를 기다리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지를 생각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위원장은 큰 의견교환 없이 회의 말미에 "그렇게 하는 것으로 결론내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한 위원은 "'인구로 보면 인천이 대구보다 많은데 택시 수는 훨씬 적다'는 보고서 내용에 별표까지 찍어 부각시킨 이유가 뭐냐."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보고서가 '일부 허용'이라는 결론을 이미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결론을 내놓고 위원들을 불러서 회의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 아니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신규면허 허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 회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지 않고 짜여진 각본에 맞춰 회의를 하는 것은 이해 당사자들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보다 투명하고 실질적인 대구시 행정을 기대해 본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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