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대구출신의 재미 교포 A씨. 지난 달 모친상을 당해 급거 귀국했다. 워싱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인천-대구행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탈 스케줄을 찠다. 아쉬워도 하루 정도는 문상객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것이 A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A씨의 기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인천 도착 비행기가 두 시간 가량 연착하면서 하루 한 편 뿐인 국내선 비행기를 놓친 탓. 인천-대구간 공항버스를 이용하려했지만 이마저 좌석이 매진된 뒤였다. 밤 10시 10분 서울발 동대구행 KTX막차를 타기에도 이미 너무 늦은 시간. A씨는 부랴부랴 강남고속버스 터미널로 옮겨 심야 우등을 탔지만 밤새도록 달려 이튿날 아침 발인에 겨우 참석한 것이 고작이었다.
사례 2. 지난 주 입사 후 첫 일본 동경 출장길에 나선 B씨. 서울의 회사 동료들과 합류해 김포발 하네다행 오전 8시 40분 국제선을 타야 했다. 일행과의 만남을 위해 대구서 '아침 비행기를 타야 겠다' 고 생각한 B씨, 느긋한 심정으로 국내선 항공편 예약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KTX 개통후 대구발-김포행 항공편은 오후 2시37분 단 한편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국제선 출발 하루전 상경여부를 고민하던 B씨, 결국 숙박비도 아낄겸 밤잠을 설치는 쪽을 택했다. 새벽 1시30분 동대구터미널을 출발하는 우등고속에 몸을 실은 B씨는 서울에 도착한 후 지하철을 두 번 가아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위의 두 예는 수도권 주민이라면 '절대로' 격지 않았을 일이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체험하는 기회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지역민들은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에 대해 시간과 교통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새해들어 영남권 신공항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비록 늦었긴 하지만 반길 일이다. 흔히 요즘을 세방화(glocalization: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시대라지만 대구 경북민들은 여전히 멀찍이 비켜서 있다. 정부는 끊임없이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워 왔지만 국토는 여전히 불균형 상태임을 지역민은 절감한다.
비수도권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인구와 사업체 종사자수 감소라는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만 하더라도 하이닉스 측은 지방을 택할 바에는 차라리 중국으로 가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LG필립스LCD가 파주로 이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괜찮은 기업은 수도권을 향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하나로 변변한 국제공항조차 갖추지 못한 지역 현실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국제공항은 지방의 세계화를 견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역의 경제성장을 촉진해 국토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해외기업을 유치하는데 도움을 주고 해외바이어를 유치하는데도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소홀해 왔다. 국내 IT제품의 70~80%가 이 지역에서 생산돼 수출되지만 우리는 그 수출품이 인천공항을 향한다는 사실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아왔다.
때맞춰 대구경북개발원이 영남권 신국제공항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대구 부산 등 5개 상의회장이 모여 정부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건의에 합의하고 노무현대통령의 타당성 검토 지시이후에 나온 첫 보고서다. 신공항이 활성화되는 2025년 국제선 이용객은 1천663만명, 연간 총 2천189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효과는 개항후 5년간 직접적 편익만 2조8천억원에 이르고 건설비가 12~22조원이 투입될 경우 생산유발효과 약 28~52조원, 고용유발효과가 약 44~8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해도 늦다는 점이다.
미래 국제화의 핵심은 국제항공수요와 물류의 중심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중국을 비롯한 강국들이 허브 공항에 이어 각 지역 거점 공항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항건설을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다. 인천공항만 하더라도 1990년 입지를 정한 후 개항까지 1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지금 동남권 신공항안이 관철돼 입지선정에 들어가더라도 빨라야 2018년에나 개항이 가능할 것이다.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창룡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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