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처음 가출을 시작한 K양(17) 은 이후 매달 집을 나오다시피 했다. 이유는 가정 폭력 때문. "집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어요. 집에만 들어가면 꼭 맞고 나오니까요." K양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잘렸다며 가발을 쓰고 있었다. K양에게 가정은 오히려 고통이었다. 또래 아이들에게 안식처인 '가정', '아빠', '엄마'라는 낱말들이 나올 때마다 K양은 인상을 찌푸렸다. 잠자리는 친구 집에서 해결했지만 밥벌이는 너무나 어려운 현실적 문제였다. "식사 해결이 너무 어려웠어요. 밥 때문에 할 수 없이 채팅으로 남자들 만나고 하는 거지 좋아서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떳떳하게 돈을 벌어서 살고 싶다고요."
식당 서빙, 전단지 배포, 패스트푸드점 등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던 K양이 결국 선택한 것은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 K양은 함께 집을 나왔던 J양과 생활비가 떨어질 때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관계를 원하는 남성들을 만났다. "관공서 직원, 깡패, 사채업자 등 별별 사람 다 겪어봤어요. 전부 다 20~30대였는데 처음에는 돈만 받고 달아난 적도 있어요. 죄를 짓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안 써요."
청소년 가출이 성매매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에게 냉담하다. 가정 및 학교 문제 등으로 무작정 집을 뛰쳐 나와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지만 결국엔 인터넷 등을 통한 성매매에 발을 담게 된다는 것.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고, '집엔 죽기보다 돌아가기 싫어' 결국 성매매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길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한 성매매 법 적용과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 성매매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고, 성매매를 통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많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등 이제는 이 문제가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 청소년들의 가출 및 성매매 문제를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직접 찾아 상담하고 보호하는 시스템(드롭인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
김주영 아동 성착취 예방센터 '반디' 대표는 "가정이 1차적 안전망이 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안전망 역시 좀 더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상담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각 상황 및 상태에 따라 상담과 보호를 나눠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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