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교수채용 '잡음'] (하)근절책 없나?

교수 채용의 비리와 불공정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허술한 채용 시스템을 혁신해 질적 검증 강화, 심사권한 분산, 법·제도 보완 등이 필요하다.

◆질적 검증 강화

국내 상당수 대학이 교수를 신규 채용할 때 학문이나 연구실적을 양으로 평가하고 있다. "논문은 몇 편을 썼고, 책은 얼마나 냈나?" 하는 식이다. 논문 편수나 강의 시간 및 경력 등을 계량화해 점수를 매기고, 그것도 하루이틀, 심지어 몇 시간 만에 평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응모자의 학문적 성과나 경력이 학계 또는 사회에 미친 영향이나 가치는 묻히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립 전문대는 교수 신규임용 과정에서 연구실적 미충족자, 특별채용요건 미비자, 응시자격 미달자, 지원학과를 바꾼 응모자 등을 뽑아 말썽을 빚고 있다. 또 전공과 상관없는 학장이나 법인 이사 등의 심사위원 구성,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않은 교원 임용 관련 이사회 개최 등으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 연구업적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을, 인문사회 분야는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학회지에 실렸느냐의 여부 정도를 잣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분야별 전문가 등 객관성을 갖춘 심사위원 구성을 통해 응모자의 업적이나 자질을 상당 기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사권한 분산

교수 채용과정에서 심사권한이 본부 또는 해당 학과에 집중될 경우 담합이나 불공정, 전횡의 소지가 크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최근 빚어진 경북대 3개 학과의 교수 채용 불공정 논란도 대부분이 학과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빚어졌다. 심사위원 구성, 심의·평가 등이 모두 학과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지고, 단과대 공채인사위원회와 대학 공채조정위원회는 검증이나 심사보다 형식적인 통과나 조정의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

류진춘 경북대 교수는 "우선 심사위원들이 연줄에 얽매이거나 사심을 나타내서는 곤란하다. 이를 막기 위해 학과 심사와 본부의 심사권한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일으킨 학과(부)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상문 영남대 교수는 "채용과 관련한 제도나 시스템을 잘 갖춰 심사위원의 사심이 작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외부 심사위원을 적시 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학연이나 지연 등 연고주의를 막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는 모교 출신 교수 수를 전체의 절반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도 모교 졸업생이 곧바로 모교 교수가 될 수 없도록 기준을 엄하게 적용하고 있다.

◆법·제도 보완

교수 채용의 불공정을 넘어서 '돈으로 교수를 사고 파는' 구조적 병폐는 단순히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사립대학의 족벌 경영과 전횡은 교수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전국 98개 사립대 법인(총 193개) 가운데 71개 대학에서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228명이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벌경영을 통한 비리를 근절하고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것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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