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 돌아와 보니 집이 모두 타고 앙상한 기둥만 남았어요. 아빠는 다치고 엄마는 망연자실 넋을 잃었어요. 아직 철 모르는 동생들의 풀 죽은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해요. 하지만 이웃 분들이 도와주셔서 힘이 나요. 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최근 상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어느 여중생이 올린 글이 설 명절을 앞두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마(火魔)에 삶의 터전을 빼앗겨 거리를 내몰렸던 박진선(15·모서중 백학분교 2) 양이 도움의 손길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린 것.
진선이 할아버지는 진폐증 환자로 3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고 할머니도 허리 수술 후 퇴원한 상태다. 진선이에겐 3명의 어린 동생들도 있다. 진선이 부모이신 박창권(47·모서면 득수2리)·김명옥(41) 씨는 그동안 농사를 짓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새마을지도자와 학교 운영위원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펴오면서 가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어느날 누전으로 화마가 집을 삼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아야 했다. 가재도구 하나라도 꺼내려 불길 속으로 들어갔던 아빠는 손과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었으며 그저 땅을 치며 타오르는 불길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망연자실 실의에 빠져들었다.
마을회관으로 임시 거처를 옮겼지만 당장 끼니 해결조차 어려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모서지역 이웃들이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다. 어떤 이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그을린 벽을 물로 씻어냈으며 검게 타 잿더미로 변한 가재도구를 치우기도 했다. 또 한 단체는 우선 밥이라도 지어 먹으라며 전기밥솥을 전했다. 옷이며 양말, 수건과 생활필수품, 쌀과 라면을 들고와 아픔을 함께 한 이들도 많았다.
지난 12일 화재 발생 이후 지금까지 모두 21개 단체에서 500여만 원의 성금과 생활필수품을 전해 왔다.
진선이는 "동네 어르신들, 면사무소 아저씨, 여러 단체들 응원에 용기를 얻고 있다."며 "오늘의 따뜻한 정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모서면사무소 직원들 20만 원과 생활용품 ▷모서 이장협의회 25만 원 ▷모서 농협 이불3채, 라면, 생수 등 40만 원 상당 ▷모서 새마을금고 전기밥솥과 생활용품 ▷모서 새마을협의회 10만 원 ▷모서 새마을부녀회 10만 원 ▷모서 바르게살기협의회 쌀 40kg ▷모서 의용소방대 10만 원 ▷모서 생활체조회 10만 원 ▷모서 자원봉사자회 10만 원과 옷·양말·밑반찬 ▷모서 성당 수산나회 30만 원 ▷모서 성당 ME모임 20만 원 ▷고행친구모임 100만 원 ▷모서 농가주부모임 10만 원 ▷모서 백학2리 부녀회 20만 원 ▷모서 백학2리 김재구 3만 원 ▷모서 어머니경찰대 10만 원과 수건 20장 ▷서부 청년회 50만 원 ▷상주 새마을지도자회 남·여 회장단 50만 원 ▷모서 농촌지도자회 20만 원 ▷모서 문화체육회 2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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