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새 주화와 지폐가 대량으로 풀렸지만 새 돈을 구경하기도, 사용하기도 힘들다는 불만이 높다. 새 돈이 유통되기 보다는 지갑에서 잠자는 경우가 더 많은데다 은행 자동화기기나 자판기, 공중전화, 지하철 역 무인발권기 등 새 돈을 인식하는 기기 교체가 늦은 탓이다.
▷새 지폐 구하기 힘들어=회사원 김모(40) 씨는 최근 새뱃돈을 새 돈으로 구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워낙 많은 인파가 새 돈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고객 중 1/3 이상이 신권을 교환하려는 사람들"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특히 수량이 딸리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 새 돈 발행 규모는 3천945억 원을 기록, 지난해에 비해 48.8%가 늘었다. 이는 옛 만 원권과 천 원권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 새 만원권과 천원권을 집중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측은 "현재 새돈은 1만 원 권 20%, 5천 원권 80%, 1천 원권 27% 등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중 새 돈 1만 원권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유통 수요보다는 보관 수요가 높기 때문. 택시기사 박모(47) 씨는 "새 돈을 요금으로 내는 손님은 하루 3, 4명"이라며 "새 돈이 신기해 일부러 거스름돈으로 내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색깔도 바뀌고 크기도 작아진 새 10원 동전도 구경하기 힘들긴 마찬가지. 10원 동전의 거래가 많지 않은데다 자판기나 공중전화에서도 사용할 수 없어 시중에서 유통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현금자동출금기(CD)=금융계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와 현금자동출금기 교체비율은 90%대를 넘었다. 대구은행의 경우 6일 현재 전체 900대의 ATM 가운데 96%인 870대를 교체했다. 국민은행과 하나, 외환은행 등의 교체율도 90%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기기 교체를 마칠 계획. 하지만 CD를 통해 신권을 접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새 1만 원 권의 수급이 원활치 못하면서 기기 내의 지폐함을 신권 용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 대구은행 관계자는 "새 돈을 출금하도록 기기를 바꿀 경우 돈이 모자라 기계를 세워야할 가능성이 있어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판매기=자동판매기에서 신권 사용도 늦어진다. 업계에서는 약 2만 대로 추산되는 대구의 자판기중 신권을 인식하는 기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고 있다. 신·구권을 모두 인식할 수 있는 겸용 모듈이 설 무렵에야 출시될 정도로 개발이 늦어진 탓이다. 내년 초는 돼야 완전히 교체될 전망이지만 새 10원 동전은 여전히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업체에서 설치 비용에 비해 교환·유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새 10원 동전을 자판기에서 취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인발권기와 공중전화=지하철 역 무인발권기에서의 신권 사용은 2월말 쯤 가능하다. 현재 신권용 무인발권기는 지하철 1호선 중앙로 역과 2호선 반월당 역 각 1대 씩만 시범 운용되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오는 16일까지 1, 2호선에 각각 20대 씩을 우선 배치했지만 전체 299대의 무인발권기를 모두 교체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려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공중전화에서의 새 10원 동전 사용은 3년 뒤 쯤에나 가능하다. 공중전화(주)에 따르면 대구에 보급된 공중전화는 공공 무인전화 1만 2천670대, 개인 설치한 자급형 공중전화 1만 3천347대 등 2만 6천여대. 오는 2009년까지 40억 원을 들여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신형으로 완전 교체할 계획이지만 상가 등에서 자체 설치한 자급형 공중전화는 각 개인이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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