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 정연규 전 경북대 교수

"중국의 동북공정의 허상을 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정연규(76) 전 경북대 교수가 우리 상고사를 영문으로 쓴 책 'Ancient Korea and The Dawn of Human History on the Pamirs'(집문당 펴냄)을 출간했다. '고대 한국과 인류역사의 발상지, 파미르 고원'이란 제목의 이 책은 중국의 역사 대공정에 맞서 우리 상고사의 기원을 우리의 입장에서 밝히고 있다.

"영문으로 써야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출간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의 역사 대공정에 대한 국내 논의가 많았지만, 영문으로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정 씨는 "이 책을 전 세계 각국의 도서관에 보낼 예정"이라며 "중국의 사회과학원에도 보내고, 이의제기가 있으면 반박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996년부터 5년간 '하상주단대공정'을 통해 상고사 기년 가운데 공백으로 남아 있던 대부분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하 나라는 기원전 2070년에 시작됐고, 상 나라는 기원전 1600년, 주 나라는 기원전 1046년으로 확정지었다. 이어 후속작업으로 '중화문명탐원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를 1만 년 전으로 끌어올리고, 중화문명이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을 밝히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동북공정도 이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정 씨는 중국이 그들의 역사 속에 집어넣은 우리의 상고사를 파헤치고 있다. "우리 민족은 파미르고원(마고성)에서 시작해 천산의 유인시대와 환인시대, 태백산의 환웅시대, 알타이 산맥의 단군시대를 거쳐 북부여가 단군의 대통을 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상고사는 전설과 신화 속에 묻혀 있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만 다루고 있으며, 일연의 '삼국유사'에도 환인에 대한 이야기는 몇 줄로 설명하는데 그쳤다. "우리는 상고사를 철저하게 방치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화와 전설 속에 묻어버린 것을 중국은 자기 역사로 재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 겨레가 언제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아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국의 대공정에 당황하는 우리를 볼 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언어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시건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언어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인디애나 볼스테이트 대학에서도 강의를 했다.

그가 우리 역사에 심취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 "언어학과 역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언어 없는 역사가 없고, 역사 없는 언어가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역사에 관계된 저서 7권을 출간했다. 1997년에는 '언어로 풀어보는 한민족의 뿌리와 역사'를 펴냈으며, '언어 속에 투영된 한민족의 상고사'(2000년)를 시작으로 '대한상고사'(2005년)까지 출간했다. 12년 전 정년퇴임한 이후 대한상고민족사연구회를 창립해 회장을 맡는 등 우리 상고사를 추적하는 데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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