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주년을 맞이하여 분재된 팬더를 2004년에 샀다. 이듬해 봄에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꺾꽂이를 하였고 하늘 빛 좋은 가을날 화분에 옮겨 심었다. 분갈이를 할 때 보니 마치 우리집 꼬마아이가 자라듯 뿌리가 잘 자라나 있었다. 좋은 흙과 적당한 물, 햇빛, 그리고 정성으로 가꾼 덕분일 것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지나치거나 부족했다면 팬더는 시들거나 웃자랐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국악교육도 팬더를 닮았다. 우리의 국악을 알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한국인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의 현실을 한번 둘러보자.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한 가야금과 장구놀이가 초등학교로 이어지고 나아가 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가? 대학 입학이라는 현실 속에 중·고등학교는 입시 교과 위주의 학원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고, 그나마 토요일 재량활동의 대부분도 국악과 무관한 활동들이다. 초등학교의 모습도 중·고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학교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국악의 모습은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교과내용으로서가 전부이다. 국악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인 환경이 아니라 교과서를 통해 배워야 하는 교과지식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악은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만 하는 것이고 외고 준비와 같은 일부 특권층 학생의 입시를 위한 국악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사회적 여건 속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아이들을 만들 수 있는가? 또한 후세대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가?
후세대의 풍성한 국악문화를 만들고 세계속의 경쟁력 있는 한국인을 꿈꾼다면 교육을 통한 국악이 제 모습을 갖춰야 한다. 태아 때부터 국악을 듣고, 국악기와 놀며 자라며, 학교교육을 받는 동안 다양한 국악적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매순간 국악교육을 위한 가꿈의 정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유치원 때 가야금, 장구 놀이를 하고 있고,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농악단, 사물놀이반, 국악관현악단 운영하여 국악의 싹을 틔워주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이렇게 키운 국악적 경험의 싹이 계속 자랄 수 있도록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국악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매우 활성화된 힙합과 비-보이 같은 춤 동아리 활동처럼 청소년 국악 활동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과 가꿈의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악문화를 위한 국악교육은 어린 팬더의 모습을 닮고 있다. 팬더가 제 모습을 갖추며 자라나기 위해서 가꿈의 정성이 필요하듯 국악문화를 위한 국악교육의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진정 꿈꾸며 가꾼다면 세계속에 우뚝 선 우리 국악문화를 교육을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4일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국악관현악단 해마루가 정기연주회를 갖는다고 하니 그들 속에 담겨진 국악의 밝은 빛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신표(대구동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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