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내 도끼와 우리 도끼

얘야, 어제는 얼어붙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였구나. 비 우(雨), 물 수(水)! 바로 봄비가 맺히기 시작한다는 절기이지. 우수는 24절기의 두 번째 절기로서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단다.

옛날 사람들은 우수 이후 15일 동안의 기간을 5일간씩 나누어 그 특징을 나타내곤 하였단다. 즉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풀과 나무에 싹이 튼다고 하였지.

이제 우수도 지났으니 머지 않아 새싹도 올라오겠지. 새싹이 돋으면 나들이하기도 좋을 테고….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옛날 어느 곳에 두 사람이 산길을 가고 있었단다.

그 중 한 사람이 길옆 나무 밑에서 큼직한 도끼 하나를 주웠대.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는 기뻐하며 말하였단다.

"야, 이제 우리에게 도끼가 생겼으니 길을 내기가 쉽게 되었군."

그러자 도끼를 주운 친구는 시큰둥하게 잘라 말하였대.

"우리라니? 언제 자네가 이 도끼를 주웠나?"

이 말에 도끼를 줍지 않은 친구는 머쓱하게 되어 얼굴을 붉혔지.

그런데 얼마쯤 걸어가고 있을 때, 뒤쪽에서 큰 고함 소리가 들려왔대.

돌아다보니 아주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고 있었지.

"게 섰거라. 이 도둑들아! 길옆에 잠시 놓아둔 내 도끼를 집어가다니!"

그러자 도끼를 주웠던 사람은 얼른 도끼를 내던지고는 도망을 치기 시작했단다. 도끼를 줍지 않았던 사람도 함께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어. 옆에 있었으니 함께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지.

두 사람이 겨우 산길을 벗어나 강가에 다다르게 되었단다.

그런데도 도끼 주인은 계속해서 따라 왔대.

앞에 큰 강이 있어서 더 도망칠 수가 없게 되었단다.

도끼를 주운 사람은 크게 낙담을 하였지.

"아, 이제 우리는 끝장이야. 우린 이제 꼼짝없이 저 사람에게 붙잡혀 혼이 날거야."

그러자 이 말을 듣고 있던 옆의 사람이 빈정거리며 말하였대.

뭐라고 하였을 것 같니?

옆에 있던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단다.

"아니, 우리라니? 어찌 우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아까 내가 우리라고 할 때는 자기라고 해놓고……. 도끼를 주운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자네가 아니던가?"

이 말에 도끼를 주운 사람은 그만 더 할 말이 없었지.

이처럼 필요할 때에는 친구가 되려 하고, 자기에게 손해가 될 때에는 친구를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이기적인 행동으로는 세상을 잘 살아나갈 수 없단다.

얘야, 너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렴.

심후섭 (아동문학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