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아이 생각을 키우자)⑫함께 행동하며 상상력을 부추겨라

어느 날 점심때였다. 학교 뒷마당에 병주가 친구들과 개구리를 잡아 괴롭히면서 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병주를 불러 하찮은 동물이라도 생명을 아깝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타일렀다. 상담을 하던 중 가만히 생각해보니 평소에 적극성과 자신감이 없던 학생이어서 면밀히 조사를 해 보기로 하였다. 뜻밖에도 병주는 사소한 일로 인해 부모에게서 큰 상처를 입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원인이 된 사건은 일 년 전에 일어났다. 병주는 집에서 찰흙으로 습곡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방에 신문지를 펴놓고 찰흙을 가지고 반죽을 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병주야! 방이 이게 뭐냐! 깨끗하게 하지 못하겠니?" 하고 고함을 치셨다. 병주는 부모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하였으나 어머니의 계속된 꾸지람에 눌려 밖으로 나가 버리고 말았다.

또 어느 날은 PET병을 가지고 공 줍는 통을 만들고 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그건 도대체 뭘 만든 거냐. 쯧쯧,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 가서야." 하며 혼을 낸 적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병주는 좌절감에 빠져 틀에 박힌 일만 하는 아이가 되고 만 것이었다. 부모에게는 사소한 일이 학생에게는 아주 큰 일로 변한 것이다. 만약 병주의 부모가 "같이 만들어 볼까?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라는 식으로 말하고 같이 만들었다면 지금의 병주가 아닌 완전히 다른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병주로 변하여 있었을 것이다.

자녀가 재활용품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든가, 게임을 할 때라도 부모가 옆에서 조언자로서 함께 하면 학생들에게 두 가지의 큰 이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자녀에게 신뢰감, 애정, 친밀감을 심어줄 수가 있고, 두 번째는 자녀가 부모의 하는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모방하기도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우게 된다. 한강의 기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학부모는 이처럼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참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창의적인 자녀로 길러내는 지름길이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