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훔쳐 몰다 경찰에 붙잡힌 N군(15). N군은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항상 바쁘셨다. 학교에 가면 늘 혼났다. 부모님은 그런 일에 무감각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학교 생활이 엉망이 돼 결국 자퇴까지 하게 됐지만 N군의 부모는 이조차도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이혼한 상태로, 서로에게 N군을 떠넘기기에 정신이 없었던 것. "칭찬을 받고 싶고, 관심을 끌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며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오토바이를 훔친 얘기를 친구들한테 해주면 친구들 사이에서는 영웅담이 됐다."고 말했다.
단순 절도 등 범죄의 길로 빠졌던 아이들의 처음 범행 동기는 '돈이나 재미'보다는 '관심을 끌고 싶었다'는 것. 이들은 대체로 불화를 겪고 있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 부모의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이유가 뭔지 말하고 싶지만 소통이 안 된다는 것. 소통 차단은 곧 대화 단절로 이어져 아이들은 좀더 강한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들의 범죄 양상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아이들의 첫 범죄는 대체로 '절도'에서 시작된다.
청소년들의 절도 행각은 '관심 끌기'를 위함도 있지만 가출과도 관계가 있다. '장발장의 절도' 순서와 비슷하다. "돈은 없는데 배는 고프고 잘 곳도 없다."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가장 선택하는 손쉬운 방법이 바로 훔치기인셈이다. 그러나 단순 절도로 시작된 범행은 대담하게 도구를 이용한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올해 초 북구 강북지역 일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개인택시 등 차량 40대를 파손하고 현금, 통장 등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힌 백모(14) 군 등 6명은 모두 가출청소년들이었다. 이들 중 이모(12) 양 등 2명은 형사미성년자. 아이들은 집을 나와 한 찜질방에서 처음 만난 뒤 숙식비를 마련하자며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차 보호막인 가정이 '1차 상담기관' 역할을 해야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이유로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게 되면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또래들끼리 어울려 옳고 그름을 매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명자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위원장)는 "아이들의 범죄는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가장 먼저 알아낼 수 있는 만큼 초기 진단과 이를 사회적 보호 장치로 연결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사가 어려운 가정의 경제적 부분을 챙겨주는 것처럼 제 역할을 못하는 가정에 심리상담사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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