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된 17일 0시 40분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20대 초반의 남성 10여 명이 떼지어 모여 길가를 서성대고 있었다. 이미 술에 많이 취한 이들은 이내 골목 안 보랏빛 유리방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을 에워싸고 끌어당겼다. 서로 자신의 업소로 데려가려는 실랑이가 벌어진 것. 이들은 곧 유리방 속으로 사라졌고 골목길은 잇따라 밀어닥치는 또 다른 손님과 차량들로 인해 북적였다.
설 연휴 동안 성매매 집결지가 호황을 누렸다. 고향을 찾은 20, 30대 남성들부터 고국에 갈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설 연휴를 맞아 성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 취재 결과 잠시 비가 내렸던 설 당일(18일) 새벽을 제외하곤 연휴 3일 내내 이곳은 수백 명의 남성 손님들로 붐볐다.
실제로 취재기자가 눈대중으로 확인한 인원만도 평소보다 설 명절 때가 몇 배나 많았다. 휴일이었던 지난 11일 0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이곳을 찾은 인원은 25~30명이었으나 17일 오전 1~3시까지는 100여 명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이곳의 대목맞이 불법 영업은 경찰관의 각별한 호위(?)속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취재기간 동안 매일 10여 대의 경찰차량이 이 일대를 돌며 순찰했지만 단 한 곳도 불법 영업으로 적발되지 않았다.
설 당일인 18일 오전 1시 20분쯤. 동남아계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이곳을 찾았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걸어오는 이들의 표정에선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보이며 현금을 확인한 이들은 다시 네온사인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갔다. 설 당일 새벽, 비가 내려 손님이 뜸하자 호객행위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중년의 호객 여성들이 옷을 잡아당기고 몸을 밀치며 건물 안으로 손님들을 몰아넣었다. 택시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렸다. 이곳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김모(43) 씨는 "설 연휴와 추석 때는 말도 못하게 붐빈다."며 "택시기사들도 대목인 셈"이라며 이곳의 명절 풍경을 알려줬다.
"명절 때면 고향 친구들과 이곳을 찾는다."는 이모(30) 씨. 그는 친구들과 술 마시기 전에 돈을 거둔다며 성매매 문화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확인 결과 이곳을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20, 30대 남성들로 나타났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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