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이제 막 '지역 치안실정' 파악했는데…

최근 일선 경찰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매년 초 각급 관공서마다 인사로 북적대지만 유독 경찰이 더 어수선한 것은 (경찰)인사 시스템 때문이다.

시·군 경찰서의 수뇌부인 서장과 간부(경정, 경감)들은 한해살이다.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의 임기가 1년에 불과해 매년 인사철이면 이삿짐 싸기를 해야한다. 간부들이 한꺼번에 부임해 왔다가 1년 만에 또다시 한꺼번에 자리를 옮겨간다.

이 같은 인사관행은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 우선 매년 다른 임지로 옮겨 다니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도대체 지역 인사들과 전화 통화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푸념한다. 그나마 서장은 이임식이라도 치를 수 있으니 덜하지만 다른 간부들은 그냥 보따리를 싼다.

경찰서마다 간부들이 한꺼번에 몽땅 옮기는 것이 더 문제다. 매년 서장, 과장이 새 인물이다. 낯선 지역에 발령받아 제대로 정착하는가 싶으면 또 이동해야 한다. 임기 1년. 지역특성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 "적어도 자리 잡고 지역실정 파악하는데 2, 3개월, 연말과 연초 발령시기에 2, 3개월 제외하면 실제 일하는 기간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친분 있는 경찰간부의 고백이다.

물론 인기 있는 경찰서나 보직의 경우 늘 치열한 각축이 벌어진다. 또 근무 평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걱정이 되는 보직은 빨리 떠나고 싶을 수도 있다. 지방경찰청장의 임기가 1년인 마당에 '내 임기 동안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벽한 치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실정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한 지역에서 2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는 게 일선 간부들의 공통된 바람임을 수뇌부가 알았으면 한다.

이홍섭기자 /제2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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