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비행체에 대한 우리의 첫 기록은 1830년대 실학자 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는 '飛車(비거)'이야기다. 임진왜란 때 영남의 한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하자 한 인물이 새 모양의 비거를 만들어 타고 30리 밖으로 비행했다고 한다. 박제경의 '근세조선정감'에도 조선말 대원군 때 '鶴羽造飛船(학우조비선)'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만약 이 비선이 비행기로 발전했다면 라이트 형제보다 30여 년이 앞서는 셈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수준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아시아 각국들의 최신예 전투기 경쟁이 뜨겁다고 군사전문지들이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첨단 전투기인 F-22 10대가 어저께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에 처음 배치돼 중'러, 북한, 대만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에 처음 실전 배치된 F-22는 스텔스 기능에다 탁월한 비행 능력, 기동성을 갖춰 미국 전투기 가운데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질세라 러시아가 탁월한 기동능력을 자랑하는 최신예 전투기 SU-37을 개발, 시험 중이고 중국도 최첨단 전투기 J(殲)13, 14를 2015년쯤 실전 배치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대만도 중국에 맞서 미국 F-16 C/D 기종 60대를 구매할 예정이며, 단계적으로 F-15K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는 한국도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고려 중이다.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지난 6자회담에서 F-22의 일본 배치에 대해 바짝 신경을 쓰며 미국에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핵'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한'중'일'러'대만 등이 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制空權(제공권) 강화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동아시아가 최신예 전투기 각축장이 되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공개된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보듯 F-22 일본 조기 배치를 계기로 더욱 강화되는 미'일 동맹관계가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미래에 영향력을 갖기 위해 미'일 간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데 북핵과 중국의 군비 강화와 더불어 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숨가쁘게 치닫고 있는 각국의 군비 경쟁에서 우리가 나아갈 안보 좌표가 어디인지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하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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