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흙과 사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살아가다보니 흙은 이제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모를 심으러 논에 들어갔을 때 발에 와닿았던 부드럽고 포근한 그 흙의 감촉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할까?
경산 남천면을 지나 25번 국도를 따라 남성현을 넘는다. 흙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러 가는 길. 그다지 높지 않은 고개를 넘어 500m를 더 달리자 왼편으로 낙중도예원이 나타난다.
낙중(樂中)이라? 그 이름부터 마음에 와닿는다. 도예원 주인인 도예가 정고성(47) 씨는 "잘 만들기 위해 애쓰지 말고 흙과 함께 즐기면 된다."고 했다. 낙중의 뜻이 어렴풋하게나마 다가온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위해 공방에 자리를 잡자 눈 앞에 태토가 놓여진다. 철사줄로 둥근 기둥 모양의 태토 일부를 잘라 손으로 만지니 부드러운 감촉에 기분부터 좋아진다. 무엇을 만들까? 도자기 만들기에 처음 도전한 이들이 가장 많이 만드는 작품(?)은 컵과 잔, 접시 등이라고 한다. 작은 잔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태토를 떼내 둥글게 모양을 만든 후 쇠막대를 이용, 평평하게 편다. 잔의 바닥을 만드는 과정.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미는 것과 똑같다. 적당하게 평평해진 흙을 손물레에 올리고 칫솔에 묽은 흙을 묻혀 물레를 돌리면서 잔의 바닥에 원을 그려준다. 잔의 모양을 잡아주고, 바닥과 기벽이 잘 붙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으로는 태토를 흰떡가래처럼 만들어 기벽을 쌓아올려주면 된다.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보름 정도 매달려야 가능하다는 게 정 씨의 얘기다. 흙가래 성형 기법(코일링)은 육감적인 촉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독 짓는 방법도 물레 위에서 흙가래 기법을 사용하는 복합적인 성형 방법이다.
흙가래를 계속 쌓아 올리자 어느새 잔 모양이 갖춰진다. 조심조심 흙가래를 쌓아올리는 동안 아무런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성형이 끝난 도자기는 도예원에서 건조 후 초벌구이,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 등을 거쳐 보름 후 집으로 보내준다. 1인당 1만 원이면 본인이 직접 만든 도자기를 '소장'할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낙중도예원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는 이들은 어린이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권현지(12) 양은 "도자기 액자를 만들어 가족 사진을 걸겠다.", 황현경(10) 양은 "미끌미끌한 흙의 감촉이 재미있다."고 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매우 진지하다. 정 씨는 "손을 많이 쓰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은 어린이들에겐 대뇌 발달, 어른들에겐 뇌세포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낙중도예원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는 작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통기타와 색소폰 연주 등 낙중음악회를 열어 사람들을 휴식과 추억에 젖게 만드는 것. 가을이면 도예원 뒷편에서 감, 밤, 호두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면서 정 씨와 회원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도 낙중도예원에서 찾을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청도의 편안한 산수가 마음에 들어 낙중도예원을 연 정 씨는 흙과 도자기와 자연과 사람이 서로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계속 키워나갈 생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손끝에 추억을 만든다." "마음의 고향을 찾은듯하다."는 도예원 방문객들의 방명록 글귀에서 정 씨의 소망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음을 느꼈다. 문의=전화(054)373-5908. 홈페이지 http:dojasla.com
글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