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법 불신은 모호함에서 비롯된다

한 부장판사가 법원 통신망에 올린 글로 인해 법원 내외에 波紋(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영진 부장판사가 올린 글은 제목부터 '석궁 테러 관련-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며'라고 달아 일단의 파문을 각오하고 쓴 것으로 보인다. 정 판사는 높아진 司法(사법) 불신은 "대법원장의 부정적 행태들이 중요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장은 책임을 지고 거취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퇴진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법관이 당혹해하며 정 판사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누구를 위한 돌출행동이냐는 것이다. 석궁 테러 이후 이제 간신히 잠잠해지고 있는 법원을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대법원장을 흔들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法曹(법조) 비리 사건 담당 판사의 인사 불이익설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 판사의 발언에 공감하는 국민이 법관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냥 넘어갔으면 좋을 텐데 하는 무사안일한 발상이 사법부 불신을 키우고 더 큰 危機(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지적대로 이용훈 대법원장의 세금 탈루 의혹 등 몇 가지 모호한 부분은 여전히 사법부 불신의 핵심이다. 그리고 취임 이후 作爲(작위)든 부작위든 대법원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이로 인한 법조계 불협화음, 전'현직 법관 비리와 석궁 테러 등 잇단 惡材(악재)로 법원은 전례 없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반성은 미흡했다. 특히 대법원장의 도덕적 문제와 지나친 카리스마, 이와 관련한 대내외적 부적절한 조항은 법관의 獨立性(독립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다.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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