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두 번째 출발

귀중한 주말을 끼워서 보내게 되어 조금은 억울한 설연휴의 첫날인 토요일에 마치 절기 '우수'를 미리 당긴 듯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꽤 내렸다. 이제 입춘·설날·우수도 지났고 한낮의 햇살이 던지는 따스함은 제법 눈이 부실 정도다. 3월 6일 경칩을 기다리는 개구리들이 벌써 겨울잠에 서 깨어나 지표면 바로 아래서 대기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거리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프리지아 싱그러운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와 내 맘을 흔들어 놓고 간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하고 희망찬 봄날이 온다는 사실은 올해도 어김없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기운과 함께 우리 삶 곳곳에서 새로운 다짐과 출발의 역사를 쓴다.

사실 1월 1일 새해가 되면 우리 모두 한해의 전반적인 계획, 실천, 목표들을 세우게 되지만 계획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은 방학 중이다. 즉, 휴가(긴 휴식) 중의 계획인 셈이다. 아마 그래서 3월 새 학년, 새 학기, 새 출발은 봄과 함께 시작되고 봄은 또 한 번의 새로운 출발이자 시작인 셈이다.

두 번째 출발! 솔직히 인생에서 그 누가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두 번째 더 잘해야지, 더 잘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나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계획에 도전하겠는가. 그런데 3월 봄은 새해 아침에 세웠던 거창한 계획들의 '작심삼일' 혹은 '흐지부지' 상태를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으면서 떳떳하게 새로운 생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밝고 희망찬, 빛나는 초록의 계절을 다시 제공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점점 젊어지는 듯한 사람들을 보고 '회춘'한다고 비유하는 것도 젊음과 봄을 동일시한 까닭일 것이다.

이런 두 번째 출발을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건 학생 시절 뿐이다. 학교생활을 다 마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은 거리의 사람들 옷차림과 산과 들, 나무들의 색이 변하는 걸 보면서 느낄 뿐이고 봄과 새 출발을 연결시킬 특별한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이번 봄엔 나이를 잊고 3월의 찬란한 봄에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유학시절 아르바이트할 때 모시고 있던 프랑스 상사의 말이 떠오른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겁나게 느껴질 때, 그 때가 바로 늙었다는 의미라고··· .

최영애(경북대·영남대 음악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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