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주민들 합심으로 초교 위장전입 되돌렸다

'시골학교끼리도 위장전입?'

이웃 학교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로 인해 신입생이 절반까지 줄어들뻔했던 한 시골초교가 지자체와 주민들의 합심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성주읍내에서 불과 500여m 거리에 이웃한 성주중앙초교와 성주초교. 성주군·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성주중앙초교는 신입생 56명을 받아 2학급을 편성할 계획이었으나, 이중 3분의 1이 성주초교로 위장 전입하는 등 입학 예정자가 29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대로라면 학급 수도 1개로 줄여야 할 판인데다 재학생 이탈까지 이어져 학교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

이에 대해 성주교육청은 "성주중앙초교가 시장터에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최근 건물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소음도 많이 발생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진 성주중앙초교 교감은 "올해 10월 말이 되면 개축공사가 마무리되는데도 '공사가 2년이나 걸린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수업을 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아 올해 성주초교쪽으로 더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성주초교는 농촌학교로서는 큰 규모로 재학생이 900여명인데 반해 58년 역사의 성주중앙초교는 현재 35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작은 학교. 10여 년전만 해도 규모가 엇비슷하던 두 학교가 큰 학교를 찾아 떠나는 학생들로 인해 3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게 됐다.

성주 월항초교 경우도 4학년생 11명 중 5명이 올해 성주초교로 옮겨 2개 학년이 한 반에서 공부하는 '복식수업'이 불가피해지는 등 큰 학교 선호 현상이 농촌지역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 한 주민은 "예전에는 동장확인을 받아야 전입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읍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전입이 가능해지면서 위장전입이 훨씬 쉬워졌다."고 했다.

이런 사정을 보다 못한 읍장들은 군과 교육청에 위장전입을 바로 잡아 줄 것을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공무원·교사들이 이달 중순 의무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주민등록 합동 실사에 나서 아동만 주소지를 옮겨 놓는 등의 위장전입 사례 10여 건을 적발했다.

이들은 학부모들을 찾아가 일일이 설득 작업 끝에 위장전입자 중 6명의 마음을 돌렸고, 성주중앙초교는 이달 말까지 3, 4명만 더 확보하면 2개 학급(38명 이상)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영문 성주교육장은 "'학생이 쏠리는 학교는 과밀 학급이 된다' '공사가 끝나면 환경이 더 나아진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주민들이 내 고장 학교 살리기에 동참해 준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2개 학급이 편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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