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에 박 터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림짐작으로 꿰맞춰 봉합하다가는 크게 봉변을 당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봉변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기자회견으로 맞불 놓는 장면들이 볼썽사납다. 한 수렁에 두 바퀴가 끼여 서로 밀치고 다투는 꼴이다. 이래서야 젊은 장관의 말대로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과연 99%나 될까. 실속 없는 대박에 그저 민심만 속 터지는 진실게임. 서둘러 멈추게 하는 기술 하나 갖추지 못한 주제에 이름도 거창한 거대 야당이라니. 남은 '1%의 불가능성'을 겁내지 않는 것은 착각을 해도 오지게 하는 착각이다.
이런 착각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 탓이 많다. 구태여 레임덕이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기는 하는가. 어려운 시절이다. 그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걸어두고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무는 격으로 싸워대면 결국 백성들의 사는 법은 날로 까다롭고 어려워져 갈 뿐이다. 그래도 계속 싸울 텐가.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대다수 대통령들은 그들이 받는 충고를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대선주자라는 이름 아래 벌써부터 백성들의 피땀 어린 충고를 사용은커녕 벌써부터 외면하려 드는 행태가 너무 안타깝고 밉다.
중국 고대 역사서인 '戰國策(전국책)'은 "두 호랑이가 싸우면 작은 놈은 반드시 죽고 큰 놈은 반드시 다친다"고 적고 있다. 두 호랑이라는 말이 좀 부담스럽지만 이미 온갖 매체들에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다. 한때는 서로 호랑이처럼 대접하고 배려하며 화기애애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사람이 호랑이를 죽이려 하면 사냥이라는 스포츠고 호랑이가 사람을 죽이려 하면 흉악한 맹수라며 입에 거품이 물씬 이는 양측이다. 이런 곤란이 또 어디 있을까. 호랑이는 그릴 수 있어도 그 뼈다귀는 결코 그릴 수 없는 현실에 '1%의 불가능성'이 점점 더 야물어져 갈 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검증이라는 게 등장했다. '진실규명'과 '배후규명'. 여기에는 더불어 사는 지혜나 나눔의 정신은 헌신짝이다. 오로지 '규명'만 살아날 수 있는 길이 돼 버렸다. 두 부자가 한 마을에 살았다. 대궐 같은 양 쪽 집 광에는 능금이 가득 쌓여 있다. 시간이 흐르면 능금은 썩게 마련. 한 부자는 썩는 능금이 아까워 매일 썩은 능금만 골라 먹었다. 다른 부자는 그러나 이왕 썩는 능금 아니냐며 좋은 능금만 골라 먹었다. 누가 더 현명할까. 어리석은 물음이다. 아무리 옳은 답을 주입한다 해도 만인의 궁금증이 시원하게 '규명'될까. 어림없다.
왜냐 하면 지금 그들은 이번 싸움에서 날카로운 송곳에 찔리지 않는 방법 찾기에만 올인하고 있다. 옛 선인들이 힘들여 쌓아 올린 중용의 아름다움이나 유연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하물며 연대나 공동체의식이 엿보일 리 없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고는 말로 때우는 어설픈 아니리광대의 허술한 몸짓뿐이다. 이런 추임새로 한 판 대선마당에 '99%'의 눅진 감흥을 전하려 한다면 오산이다. 야물어도 오지게 야문 착각이다. 아니면 나른한 환상이거나.
탈당이 붐을 이루고 그것이 아무런 허물이 되지 않는 시대다. 여당은 너무 열려버렸고 대통령마저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오지게 싸움 붙은 두 사람에게도 기회가 왔을까. 쪼개질까. '한나라'가 '두나라'로 될까. 탈당이 허물이 되지 않는 시대니 지금이 얼마나 요긴한 기회인가.
흔히 웅변되는 노자의 '도덕경'에 "아는 자는 말하지 아니하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는 구절이 있다. 매일 퍼부어대는 말들의 잔치. 정말 알지 못하는 자가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말하지 않는 아는 자의 침묵은 보이지 않을까. 백성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도의 성자 간디의 묘소에는 그가 쓴 책 '젊은 인도'에 기록한 나라가 망하려 할 때 나타나는 징조 7가지를 새겨 놓고 있다. 원칙없는 정치, 노동없는 부, 양심없는 쾌락, 인격없는 교육, 도덕없는 경제, 인간성없는 과학, 희생없는 신앙. 박 터지는 두 사람 박 터지게 싸우더라도 우리에게 과연 이들 7개 징조 중 지금 몇 개나 나타나고 있는지쯤은 세면서 싸웠으면 좋겠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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