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괴로운 수면장애

자영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얼마전 경북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을 찾았다.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영 개운치 않고 피곤했다. 낮에도 수시로 졸린다. 바닥에 머리만 대면 금방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에 잠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코를 너무 심하게 곤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던 것.

수면검사는 보통 병원에서 하루밤 동안 자면서 이뤄진다.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쯤 검사실에 오면 키, 몸무게, 혈압 등을 측정하고 수면 설문지를 작성한 뒤 몸에 각종 센서를 부착한다. 뇌파와 호흡정도, 눈이며 팔다리 움직임, 턱 근육의 긴장도, 심전도까지 측정하게 된다. 검사는 저절로 잠에서 깨는 시간에 끝나며, 잠잔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하면 귀가하게 된다. 김씨의 경우, 검사 결과 극심한 수면무호흡증 판정을 받았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경우가 1시간에 5회 이상인 상태다. 시간당 5~15회 경증(輕症), 15~30회 중증(中症), 30회 이상 중증(重症)으로 진단한다. 김씨는 무려 56회 이상 무호흡상태가 나타났다. 거의 1분에 한 번 꼴로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했다는 것.

통상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 포화산소농도는 심한 경우 50%선까지 떨어졌다. 누군가 목을 졸라 한동안 호흡을 못하는 상황과 비슷한 것. 이런 사람의 경우, 옆에서 자는 모습을 지켜보면 행여 숨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심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소리가 멈추는데 이때부터 무호흡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꺼억'하며 숨이 넘어갈 듯 하다가 다시 '퓨'하며 깊은 숨을 내쉰다. 코로 들이마신 숨이 기도를 통해 폐로 전달돼야 하는데 기도가 좁아져 코를 골고 숨도 제대로 못쉬는 것이다.

수면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얕은 수면인 1, 2단계를 지나면 근육이 풀어지는 3, 4단계 수면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으로 렘(REM ; Rapid Eye Movement) 수면이 된다. 렘 상태에서는 뇌파가 깨어있을 때처럼 활동하고 눈동자가 빨리 움직인다. 이때 우리는 꿈을 꾸고 근육의 긴장도 완전히 풀어진다. 김씨의 경우, 근육이 풀어지면 기도가 더 심하게 막히기 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없다.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수면단계를 끌어올려서 근육을 긴장시켜서 기도를 열어주기 때문. 결국 김씨는 오랜 시간 잠을 푹 잤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만성 피로와 낮시간 졸림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이호원(신경과) 교수는 "수면클리닉을 찾는 환자 중 거의 80%가 수면무호흡증, 쉽게 말해 심한 코골이 때문에 찾아온다."며 "심한 경우 수술을 해야 하고, 양압기를 통해 간단하게 치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도를 막는 늘어진 근육을 제거하는 것. 양압기는 일종의 산소호흡기로 보면 된다. 코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코 속으로 불어넣어 잠자는 동안 기도가 계속 열려있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소 고가지만 가정용으로 판매한다.

이밖에 기면증 환자들도 클리닉을 많이 찾는다. 오히려 불면증 환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치부하기 때문에 병원까지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면증은 밥을 먹다 잠을 자는 등, 발작적으로 잠에 빠지는 병이다. 주로 청소년~청년기에 잘 생기는데 운전이나 기계 작업 등을 하다가 갑자기 잠이 들어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 유전질환으로 국내 환자는 약 3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치료를 위해 각성제나 항우울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이 함께 사용된다. 주요증상은 1시간 이상의 낮잠을 자는 경우가 흔하다. 전형적으로 10~20분의 짧은 낮잠 후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난다. 또 2~3시간 후에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하지불안증후군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철분 결핍성 빈혈, 요독증, 신경계 질환 등이 원인이 된다.

이호원 교수는 "최근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과잉행동장애(ADHD)도 불면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수면무호흡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적절한 처방을 했더니 행동이 침착해지고 학습능력도 높아진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성 불면증은 삶의 질, 기억력,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신체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도 원인이 주간 수면과다증으로 밝혀질 만큼 잠은 건강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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