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신녕농협 '마늘 기적'

5등급 합병권고→1등급 흑자조합 변신

"이제는 합병권고에 대한 철회를 요청하고 조합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죠."

지난 해까지 부실조합으로 판명돼 합병권고를 받았던 지역 농협이 불과 1년여 만에 1등급 흑자 조합으로 거듭나 화제가 되고 있다.

영천 신녕농협은 지난 2001년 농협중앙회의 조합경영평가에서 5등급을 판정받았다.

경영평가는 1~5등급으로 나뉘어 지는데, 5등급 판정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파산 일보직전의 부실농협이었다.

경영평가가 있은 후로 농협중앙회는 인근의 영천 화산농협과 청통농협 등 3자 합병을 권고했다.

특히 지난 해 7월에는 조합원들이 신녕조합의 주작목인 마늘의 수매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고, 조합운영이 방만하다며 집단 농성을 벌여 경영진이 계란세례를 받는 등 조합이 공중분해의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신녕농협 권문호 조합장은 합병할 경우 주작목에서 오는 이해관계와 소외감은 합병직후에 더욱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합병 반대를 끝까지 고수했다.

"우리의 주작목은 마늘이지만 화산농협은 사과, 청통농협은 복숭아와 포도 등 주작목이 다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신녕농협은 지난 2001년 5등급 판정을 받은 뒤 지역의 서부와 중앙지소를 폐쇄해 불필요한 경비지출과 인건비를 줄여나갔다.

또 대출과 과잉 외상공급 등으로 인한 부실채권을 과감히 정리해 나가는 대신 주종인 마늘을 수매한 뒤 깐마늘 가공공장을 설립하는 등 신녕마늘을 브랜드화 시켜나갔다.

그 결과 2001년 5등급에서 불과 5년만인 지난 해 1등급 최우수 농협으로 재탄생했다. 1년에 1등급을 높인 꼴이다.

신녕농협은 지난 해 순수익 5억3천만 원을 올려 경영안전 기틀을 마련했고 조합원에게 3억 원 가량을 배당했다.

순자본비율과 생산성, 공동판매사업, 구매, 농업인 실익사업 등 경영실태에서도 괄목할만한 실적을 냈다.

자신을 얻은 신녕농협은 지난 달 농협중앙회에 합병권고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지금까지 농협중앙회가 합병을 권고했다가 철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신녕농협의 처리결과에 따라 농협의 합병권고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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