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스트리트 댄스] 송창욱 D.I.P 대표 인터뷰

"돈 안되는 '대장' 노릇, 그래도 지켜내야죠"

D.I.P 연습실에 들어서면 모두들 먼저 '대장님 안녕하세요'라며 깍듯하게 인사한다. D.I.P의 대장은 누구일까. 4년째 동호회를 뚝심있게 이끌어온 송창욱(37) 씨가 주인공이다. 송 씨는 생업마저 포기한 채 D.I.P 일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처럼 활동하는 동호회는 대한민국에 없을껄요? 모든 수입·지출이 투명한데다 동호회원끼리 매년 춤 공연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컴퓨터 프로그래머 송 씨가 처음 댄스 동호회를 만들게 된 것은 2003년 2월. 동생의 권유로 시작한 춤의 매력에 빠지면서 몇몇이 의기투합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댄스 동호회를 만든 것이 바로 D.I.P다.

"처음엔 다 늦은 나이에 무슨 춤이냐고 고개를 저었지만 곧 춤의 건전한(?) 매력에 푹 빠졌죠. 가슴이 벅찰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춤을 즐기는 것과 동호회를 꾸려가는 것은 달랐다. 사실 D.I.P는 재정난으로 문 닫을 위기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그 때 마다 송 씨가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근근이 이끌어왔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것만 수천 만원. 그런 희생 끝에 D.I.P는 4천300여 명의 인터넷 회원을 거느린 동호회로 커왔다. 맘껏 춤 출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댄스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문적인 동호회로 자리잡은 것.

"자존심 때문에 버티고 있는거죠. 이런 공간이 사라지면 춤추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갈 곳이 없으니까 힘들더라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송 씨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은 지금까지 단 한 푼도 개인 수익으로 챙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계 장부 역시 공개하고 있다는 것.

인터넷 카페 관리 뿐 아니라 동영상 및 사진 편집, 동호회원들의 공연 준비 등 D.I.P 일의 90% 이상이 송 씨의 몫이지만 이런 자부심으로 D.I.P를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송 씨에 대해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야 금방이라도 그만두고 싶죠. 1년 계획으로 대표를 맡았는데 지금껏 눌러앉게 된걸요. 대신할 사람만 나타나면, 후원자만 있으면 미련없이 대표직을 그만둘 겁니다." 송 씨의 목표는 무엇일까?.

"우선 D.I.P를 사단법인으로 만들어, 댄스를 즐기는 어린 친구들에게 밑거름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대구에선 우리 동호회의 공연을 오페라 하우스에, 한국에선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리는 것이 꿈이예요. 그리고 유망한 지역 댄서들을 발굴, 외국유학 보내는 것이지요. 너무 멀지만은 않겠죠?"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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