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畵像통화 시대

전화는 1876년 미국의 A G 벨이 조수에게 시험통화를 하면서 실용화의 길을 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선 22년 뒤, 덕수궁에서 궁내부가 각 衙門(아문)과 인천감리소에 통화한 게 그 효시다. 민간인 전화 사용은 舊韓末(구한말)인 1902년 3월, 통신 업무를 관장하던 통신원이 漢城(한성)과 인천 사이에 공중전화를 설치하면서부터였다. '德律風(덕률풍)'이라 불리던 전화가 조정에서 사용된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그 이듬해엔 공중전화소가 한성'인천'개성'평양'수원'시흥에 모두 아홉 곳으로 늘어나게 됐으나 新文明(신문명)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좀체 보급되지 않았다. 개방 3년 뒤까지도 전화가입자 수가 전국적으로 78명에 불과했다니 알만하지 않은가. 1980년대까지 만도 전화는 재산 목록에 들 정도로 귀했으니 오늘의 휴대전화를 쓰는 기성세대들로서는 그야말로 桑田碧海(상전벽해)의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며칠 뒤면 휴대전화로 어디서나 畵像(화상)통화와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화상통화 시대'가 열린다. 전국 규모의 이 같은 시대가 열리는 건 전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F와 SK텔레콤이 오는 3월부터 3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고속 하향 패킷 접속(HSDPA)' 방식의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전면 개통한다는 것이다. KTF는 1일부터, SK텔레콤은 월말 무렵부터 서비스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휴대전화로 뮤직비디오 손수제작물(UCC) 뉴스 등을 보게 되고,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다. 유선인터넷 사이트 검색이나 여러 사람과의 그래픽 네트워크 게임 즐기기도 가능해진다. 휴대전화가 TV와 PC 역할까지 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의 경우 가정용 비대칭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 수준으로 빨라지기도 한다.

◇홍콩'핀란드 등에서도 이미 HSDPA를 이용한 화상통화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전국 규모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6월 常用化(상용화)돼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 이용이 가능, 세계에서 가장 앞서왔던 셈이다. 하지만 3세대 통신망이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1년이 걸리고, 아직은 '010'으로 바꿔야 하는 등 과제들도 만만찮다고 한다. 차제에 통화예절도 크게 업그레이드됐으면 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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