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흔 나이, "나는야 신세대"

전통적인 할머니는 어떤 모습일까? 꼬부랑 허리, 한복 저고리, 단정하게 빗은 머리와 비녀, 모든 것을 주기만 하셨던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요즘 할머니들은 감각적인 삶을 지향하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즐긴다. 신세대 할머니들은 이른바 '통크(two only, no kids)족'이라고 불린다.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부부가 함께 단독으로 자기들만의 삶을 즐긴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 신세대 할머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봉사활동 열심히 해요"

김순옥(70·대구 달서구 용산동) 할머니는 홀몸노인에 대한 자원봉사활동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벌써 8년째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중풍과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찾아 하루 4시간 정도 목욕시키고 식사를 도와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아직까지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봉사활동 외에도 취미생활에도 열심이다. 수년째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배우고 있는 사물놀이와 파티댄스, 가요·민요는 수준급이다.

김 할머니는 예전엔 외손자·외손녀들을 키우느라 자기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김 할머니는 자신만을 위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김 할머니는 "손자·손녀를 돌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면서 "손자·손녀를 키울 때는 볼일도 못 보고 나만의 생활을 가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직접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가 소중한 것을 압니다. 할머니들이 손자·손녀 육아를 도맡아 하면 부모가 힘들다는 것을 전혀 모릅니다."

김 할머니는 "속옷이 헤져도 기워 입던 예전 할머니들과 달리 요즘 할머니들은 유행에도 민감하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화장품도 다양하게 구입하고 의복의 경우 외출복, 체육복 등도 계절에 따라 사 입는다. 외식도 가끔씩 한다. 젊은 사람들처럼 집안의 인테리어에도 신경쓴다. 김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의 집에서 예쁜 인테리어를 보면 따라하고 싶다."면서 "기억해뒀다가 소품 등을 구입해 집안을 장식한다."고 했다.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손녀·손자들에게 사물놀이도 가르치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자기계발로 활기차게 보내요"

배준호(71·대구 동구 율하동) 할머니의 하루 일과는 바쁘다. 배 할머니는 매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찾는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태껸을 배우고 오후 2시부터는 기타연주 강습도 받는다.

배 할머니가 태껸을 배운 지는 6년이 넘었고 기타 연주는 3년째 배우고 있다. 태껸 동작을 익히는 배 할머니는 칠순을 넘긴 노인답지 않게 기합소리가 우렁차고 팔다리에는 힘이 넘쳤다.

배 할머니는 "태껸을 배우면 몸이 유연해지고 건강해진다."면서 "기타를 치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배 할머니는 확실한 노후대책을 마련해뒀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매달 부치라고 한 것. 하지만 이 돈을 자신에게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큰 손자가 외국에 유학가면 유학자금을 보태주고 다른 손자·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입학금이라도 보태줄 생각이다.

"요즘 할머니들은 예전처럼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죠. 받는 만큼 주는 것이죠."

배 할머니는 유명브랜드의 속옷을 사 입고 신발도 옷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를 구입하는 '멋쟁이 할머니'다. 옷도 유행에 따라 구입하고 있다. 볼 만한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도 찾는다.

"요즘 할머니들은 손자·손녀 육아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손자·손녀를 키우다보면 겉늙습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죠. 자기 몸도 생각해야죠. 자식들이 힘들어하면 1, 2년 정도만 육아를 도와줍니다."

배 할머니는 "태껸 등 운동으로 건강해져서 자식과 손자·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즐겁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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