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달리 많은 '할매' 상호 식당...할머니 손은 맛있다?

할매의 푸근한 정과 인정스런 손맛이 그리웠기 때문일까. 대구에는 할매란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내건 식당들이 유달리 많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 최근 발간된 '달구벌 맛과 멋'에 따르면 40여 년 전 달성군 현풍면에서 식당을 연 박소선 할머니는 우족 육수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내놓았다. 일을 많이 한 황소의 앞 다리 뼈로 만든 이 곰탕은 국물맛이 빼어나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원래 식당의 이름은 '일심'이었으나 단골들이 할매집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식당 옆에 '할매집'이란 간판을 하나 더 달았다는 것. 나중에는 상표권 분쟁에 휩쓸려 결국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이란 긴 이름을 갖게 됐다.

'서재 원조 할매 메기 매운탕'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경남 함양 출신인 이귀달 할머니가 20여 년 전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금호강 부근에서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한 것이 이 식당의 효시다. 번듯한 식당은 아니었지만 푸근하고 정감어린 맛으로 성서공단 사장들이 앞다퉈 찾으면서 갈수록 성가를 높여갔다. 나중에는 할머니 사진을 간판에 넣고, 체인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구시내 북성로 들머리에 자리잡은 '할매집'은 일본 음식으로 유명하다. 일본식 어묵 국물과 우메보시 맛이 수십 년 전과 지금이 그대로라는 것이 손님들의 얘기다.

대구백화점 남문 맞은편 골목에 있는 '경주할매국수'는 돼지고기 편육과 더불어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를 30여 년째 외곬 메뉴로 지켜오고 있다. 웬만한 사람이면 황금연 할머니가 빚었던 칼국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곳. 요즘은 국수면발을 직접 빚지는 않지만 오랜 조리 노하우로 여전히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름철 별미인 이 집의 콩국수는 쫄깃한 면발과 국산 콩을 엄선해 직접 만든 콩물의 고소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삼겹살 부위만을 골라 잘 삶아 낸 편육도 기름기가 적어 국수와 찹쌀궁합을 이룬다.

신세대들에게 유명한 할매집은 윤옥연 할머니기 30여 년 전 신천시장에서 처음 연 떡볶이 할매집. 한번 먹으면 중독돼 평생 단골이 된다고 해 일명 '마약 떡볶이'라고 불린다. 청양 고춧가루를 사용해 눈물이 날 정도로 매콤한 맛이 인기의 비결. 직접 방앗간에서 뽑은 떡은 오랜 시간 지나도 퍼지지 않고, 떡볶이 국물에 튀긴 어묵과 만두도 별미다. 대구, 포항 등지에 체인점을 잇따라 여는 등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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