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도 올라 3천500원 하던 칼국수 가격을 3년 전에 4천 원으로 올렸지요. 그랬더니 어르신들과 직장인을 비롯한 단골 손님들이 가격을 왜 올리느냐며 난리가 났어요. 하는 수 없이 한달도 안돼 3천500원으로 '원위치'하고 말았습니다."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동편 중앙상가 지하 1층에서 상주전통손국수식당을 하는 조소희(72) 할머니. 손님들의 압력(?)에 밀려 국수 가격을 올리지 못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웃음을 지었다.
한때 대구 최대 번화가였던 향촌동에서 조 할머니가 전통손국수 식당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 지금의 자리에 자리를 잡은 것도 벌써 14년이나 됐다. "50대 초반부터 식당을 했으니 벌써 20년이 됐네요. 오후 1시까지는 식당 주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오시고, 그 이후부터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지요."
식당을 주로 찾는 연령층은 60대부터 90대까지의 어르신들. 교육 공무원 등 은퇴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 10여 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은 꼭 들르는 어르신 등 단골 손님들도 적지 않다. "식당에 안오시는 어르신의 안부를 물었다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경북 북부지역의 전통손국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콩가루와 밀가루를 3대 7 비율로 섞어 반죽을 해 칼국수를 만든다. 다른 식당의 칼국수와 달리 반죽을 가늘게 썰어 면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된다는 것. 바지락이나 해물을 넣지 않고 멸치로 만든 육수여서 맛이 깔끔하다. 조 할머니의 정 만큼이나 양도 푸짐하다.
"제 고향이 상주예요. 50년 전 시골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손국수를 만듭니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을 위해 면을 가늘게 만들지요. 예전에 시골에서 먹던 칼국수 맛과 똑같다며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맛도 맛이지만 조 할머니는 손님을 맞는 데에도 각별히 마음을 쓴다. "자주 오는 어르신들은 뜨거운 국수를 좋아하는지, 찬 국수를 좋아하는지는 물론 드시는 양도 훤히 알고 있지요. 따로 주문을 안하셔도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국수를 내놓습니다."
요즘 식당을 찾는 어르신들의 단골 얘깃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대통령 선거 얘기다. 평소에도 정치 토론장이 되는 식당이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여서 부쩍이나 정치 얘기가 많아졌다는 게 조 할머니의 얘기다.
조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식당을 계속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저는 술, 노래, 춤, 화투를 못해요. 그저 식당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낙이라면 낙이지요. 계속 일을 하니까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손님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식당 문을 계속 열 생각입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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