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용훈(32) 씨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연결한다. 모니터에 뜨는 것은 초록빛 로고가 선명한 네이버(www.naver.com)의 초기화면. 네이버에서 박 씨는 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보며 정보를 검색하고 블로그·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닌다. 이같은 패턴은 집에서도 반복된다. "습관이 되었어요. 다른 사이트로 초기화면을 여러 번 바꿨다가 다시 네이버로 돌아오곤 합니다."
한국 인터넷에는 네이버 제국이 있다. 누리꾼 세 명 중 두 명이 네이버를 관문 삼아 인터넷을 서핑한다. 이제 네이버는 '포털'(Portal)의 의미를 넘어 한국의 인터넷, 더 나아가 사회현상이 됐다.
# 네이버, 한국 인터넷을 장악하다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의 76%를 차지한다. 국내에 있는 PC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네이버를 초기화면으로 삼고 있다. 매일 1천300만 명이 네이버에 접속한다.
네이버는 NHN(주)라는 닷컴회사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다. 네이버(Naver)는 '항해하다'라는 의미의 navigate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합성어이고, NHN은 Next Human Network의 머리글자다.
NHN은 지난해 5천73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천 29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천 원을 팔면 400원이 남는, '황금알 낳는 거위'다. 코스닥 최고의 황제주인 NHN 주식의 시가총액은 22일 현재 약 6조 원이나 된다.
# '친절한 네이버 씨'
오늘날의 네이버를 있게 한 지식검색을 비롯해 블로그·카페 등 서비스는 이미 다른 포털들이 먼저 시도한 것이다. 네이버의 지식검색 결과에는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고, 정보검색 도구로서도 세계 최대의 검색사이트인 구글(www.google.com)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는 다른 사이트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절함'이 있다. 네이버는 마치 잘 차려진 밥상과 같다. 한국 누리꾼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
네이버는 대중들이 선호할만한 검색 결과를 전진 배치한다. 화제가 될성싶은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창에서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에서부터 블로그 글, 뉴스 등을 보기좋게 뿌려준다. 일반 대중들이 주로 원하는 정보(연예인·뉴스·인기검색어)를 검색부서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정리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반면 구글은 컴퓨터 연산 결과에 따라, 링크된 값이 많은 순서로 기계적인 검색 결과만 제공한다. 정보 검색 도구로서 신뢰성은 높지만 이같은 '불친절함'과 초기화면의 썰렁함 때문에 구글은 한국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일단 네이버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맴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갖다가 다른 여러 구경거리 때문에 헤매는 것과 유사하다. 많은 누리꾼들을 붙들어 트래픽을 높이고 광고 수익을 높이려는 네이버 측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 네이버에 대한 따가운 시선들
네이버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만만찮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 나타난 다른 웹사이트 링크를 자사 데이터베이스 뒤에 배치한다. 또한 지식검색에 대한 다른 포털사이트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같은 '닫힌 철학'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네이버가 포털로서의 본분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누리꾼들에 의한 실시간 인기 검색어 조작 가능성과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 등도 네이버를 따라다니는 비판들이다.
김태규·손태권 씨는 '네이버, 빛과 그림자'라는 책을 통해 '네이버 지식iN은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고 평균 수명 44일이라는 웹페이지는 영원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네이버는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 기존 시장을 잠식해 온 면이 있으며 뉴스 유통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는 자신의 운영하는 사이트(www.bignews.co.kr)를 통해 '포털의 편향된 편집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검색권력으로 획득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담합 등 불공정거래, 유사 언론권력을 휘두르는 포털사에 불리한 기사는 절대로 포털 메인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인터넷 포털, 방송·통신 융합 관련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 등 새로운 독·과점 형성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의 관계자는 "언론임을 자임하지도, 언론이 되고 싶지도 않은 것이 네이버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독과점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네이버 측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검색시장 점유율만 놓고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네이버가 시장왜곡행위를 했거나 정보제공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없는 만큼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네이버를 이야기하면서 이해진 NHN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빼놓을 수 없다. 1967년생인 그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를 딴 뒤 삼성SDS에 입사, 정보검색엔진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동료들과 함께 그는 삼성SDS의 사내 벤처 1호 회사인 네이버를 1997년 설립한다.
1998년 팀은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독립한다. 영업을 아는 인력이 없어 이해진 대표가 직접 영업을 뛰었다. 100만 원 짜리 배너가 그들이 수주한 첫 광고였다. 1999년 팀원들이 갹출한 3억 5천만 원과 삼성SDS가 투자한 1억 5천만 원 등 총 5억 원을 자본금 삼아 네이버는 벤처기업 네이버컴으로 독립한다. 네이버컴은 한 달 뒤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는다.
당시 네이버는 국내 포털사이트 6위에 불과했다. 2004년 4월 네이버는 인터넷게임업체인 한게임 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이듬해 NHN으로 거듭난다.
2002년 10월 네이버는 '지식검색'(지식iN)을 오픈한다. 지식검색이 공전의 성공을 거두며 2003년 7월 네이버는 국내 검색 포털 1위에 오른다. 2003년 7월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시작한다.
2004년 이해진은 CSO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아직도 NHN의 최대주주(5.8% 지분 보유)이자 NHN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05년 NHN은 2005년 기자 출신 최휘영 씨를 영입, 대표이사를 맡겼다.
김해용기자
NHN에 따르면 하루 1천600만 명이 네이버에 접속한다. 이들이 하루 동안 보는 네이버의 페이지 수는 10억 개.
하루 8천 건의 뉴스가 새로 올라간다. '넷심'을 담은 댓글들은 하루 평균 14만 건에 이른다. 1분에 97개 꼴로 달리는 셈.
누리꾼들이 축적하는 거대 지식 창고인 지식iN에는 하루 평균 7만여 개의 글이 새로 작성되며 축적된 지식iN의 데이터 총량은 21일 현재 5천955만 건에 이른다.
네이버 안에는 700만개의 블로그가 개설돼 있다. 누리꾼들이 직접 만들거나 퍼다 나르는 콘텐츠가 하루에 60, 70만 개에 이른다.
악성 댓글이나 음란물, 불법 상거래 행위 등을 걸러내기 위해 네이버 측은 260명의 직원을 채용,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검색창에서 키워드를 넣고 검색 버튼을 누르는 것을 쿼리라고 부른다. 네이버의 하루 평균 검색 쿼리는 1억1천만 건이나 된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 창안에서는 7만 건의 검색 버튼이 눌러지고 있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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