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산하] 2월의 끝자락

청량산 기슭에 겨울이 남아있다.

골짜기를 빠져나가지 못한

잔설(殘雪)이

기울어진 겨울을 노래하고 있다.

수상한 시절

깊은 산골에만 내렸던 눈

그 애틋한 여운이

온 몸을 녹이며

가는 겨울을 붙잡고 있다.

2월의 끝자락

산비탈에 흩어진

잔설,

네 청결한 주검을 베고

봄은 오는가

꽃보다 찬란한 죽음이다

햇살보다 빛나는 울먹임이다

산그늘에 몸을 가린

희끗한 잔설은,

청량산 시린 이마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이다.

봄소식에 겨운

키 큰 가지들은, 벌써

하얀 박수로 일어섰다.

속절없는 계절이

또 그렇게 가고 있다.

글 조문호 기자

그림 이원희(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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