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詩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구시대 독자놈들에게-차렷, 열중쉬엇, 차렷,//이 ×만한 놈들이…/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정신차렷, 차렷, o o, 차렷, 헤쳐모엿!//이 ×만한 놈들이…/헤쳐모엿,//(야 이 ×만한 놈들아, 느네들 정말 그 따위로들 밖에 정신 못 차리겠어, 엉?)//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차렷…' 박남철 시인의 라는, 참으로 엉뚱한 시입니다.
자기가 쓴 시에 대해 의아해하던지 말던지 그건 순전히 독자의 자유이고 권리인데, 이에 대해 시비를 걸다니. 설사 못돼먹은 독자가 있더라도 '고객'으로 정중히 모시고 품위 있는 말로 공감을 구할 것이지 '구시대'와 '놈'자까지 붙여 시정잡배로 취급하며 연병장에 모아 군대식으로 길을 들이려 하다니요. 그런데, 이 무슨 미친 소리냐고 낄낄낄 웃으며 시를 던지고 돌아서도, 욕지거리 섞인 시인의 구령 소리가 뒷덜미를 잡아끄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요즘 '문화'라는 말이 홍수처럼 넘칩니다. 교통문화, 성문화, 주차문화, 예식장문화, 노래방문화, 먹거리문화, 시위문화,…문화의 세기, 문화도시, 문화주의, …등등등. 이 문화가 무엇입니까? 범박하게 말해서 그것은 인간 내면의 정신적 가치 의식 또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려는 정신적인 노력이며 힘이 아닐까요.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한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읽어야 뜻이 살아오지요.
그런데 이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그 산물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학문, 예술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며, 그 해석은 언어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언어는 문화의 색인이며 목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가 문화의 결이지요. 언어가 삶의 질을 높이는 힘이지요.
힘 있는 말, 아름다운 말, 그 첨병으로 시가 있습니다. 박남철 시인이 독자를 길들이겠다고 한 것은 평론가 정효구의 지적대로, 가수가 서태지식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데 청중은 모두 '신라의 달밤'과 같은 정서로 듣고 있는 문화의 간극을 메우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문화의, 시적 어법의 저능아로 전락한 구시대의 독자를 고급의 독자로 만들어 함께 높고, 맑고, 아름다운 언어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뜻일 것입니다.
박남철 시인의 딴죽에 멱살이라도 잡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생하지 않으려면, 시를 뒤적여 볼 일입니다. 일찍도 찾아와 쫑알대며 봄을 시위하는 개나리, 목련, 매화… 저 꽃그늘 아래서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 시를 읽으며 고급문화의 어법을 배울 일입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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