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가장 요구되는 교육 단계를 꼽으라면 단연 유치원이다. 아직 문자와 숫자에 낯설다보니 가르치는 내용뿐 아니라 방식 면에서도 만들기, 읽기, 말하기 등 다양한 표현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나 문제집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교육이다 보니 거꾸로 부모들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가정내 교육 비용이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이 든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구 신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대구시 교육청이 지난해 뽑은 23편의 우수 창의성 교육 사례 중 유치원으로서는 유일하다. 신천초 유치원은 가장 보편적인 유아 학습 도구인 '그림책'을 훌륭한 창의성 교재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치원 측은 "유아들에게 책 보기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이라며 "책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다양한 표현활동을 시도하는 등 창의적인 욕구를 표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 아래 정한 창의성 교육 주제는 '북 모닝(Book Morning)에서 출발한 통합적 문학 활동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 열매 가꾸기'. 아이 스스로 작품에 몰입,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문제해결 과정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통합적 문학 활동'이란 뭘까. 유치원 측은 "그림책을 소재로 게임과 신체활동, 이야기 나누기, 편지 쓰기, 탐구 활동 등 다양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곱 마리의 눈 먼 생쥐'(눈 먼 생쥐들이 코끼리를 두고 무엇인지 몰라 옥신각신하다 전체를 꼼꼼히 관찰한 생쥐가 결국 알아맞힌다는 내용의 유아용 도서)를 읽고 난 아이들은 생쥐를 주인공으로 동시를 지어보기도 하고, 생쥐 기차 놀이, 생쥐 가면 만들기, 각본 다시 쓰기, 눈 먼 생쥐가 돼서 교실 물건 연상하기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신천초 유치원은 이런 방식으로 '봄', '동물', '가족', '이웃', '여름', '교통기관', '지구와 우주', '환경', '도구와 기계' 등 33가지 생활 주제별 수업을 진행했다. 분야별 주제 아래 선택된 책들은 '나비가 된 배추벌레', '강아지똥', '배고픈 애벌레',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함께 나누는 우리 음식' 등 유치원 아동을 위한 권장도서.
수업 내용은 들여다 볼수록 재미있다. '배고픈 애벌레'라는 책을 읽고 나면 애벌레처럼 몸을 움직여 보고 물감을 이용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나비를 찍기도 한다. '돈 나와라 뚝딱'을 읽었다면 직접 돈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시장놀이를 해 볼 수도 있다. '사과가 쿵'을 읽고 나면 사과를 그려보기도 하고 사과주스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나무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청진기를 나무에 대고 귀를 귀울여 보기도 한다. 책의 내용에 따라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활동이 펼쳐진다.
천연화 지도교사는 "반드시 아이 스스로 조용히 읽어보게 한 후 재미있었던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활동 수업으로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복도에 작은 도서관을 꾸미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도 전시해 서로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유아 발달에 적합한 도서를 선정, 수준별로 총 390권의 도서를 새로 구입하고 140권을 수집했다.
유치원 측은 "1년 동안 이런 창의성 수업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이 부담없이 책을 접하게 됐고 책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생활의 현장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가정 통신문을 활용해 부모님들과도 공유함으로써 가정에서도 연계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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