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과외는 따로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삶의 질을 높이고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예능교육과 체험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경우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정장을 입혀 정기적으로 클래식 음악회에 데리고 다녔다. 아들에게는 피아노, 바이올린, 단소, 클래식기타 등을 배우게 했는데 아이는 뭐든지 습득력이 선생님도 놀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혼자 놀이로 연주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정기적으로 배우는 것은 싫다고 해 오래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아이가 다닌 초등학교는 시상을 하는 대회가 없는 대신 합창발표회, 연주회, 미술발표회가 해마다 있었다. 여기에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시켰고, 중학교 2학년 때도 클래식기타 연주로 학교 예술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이는 가요보다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취미로 컴퓨터 음악을 작곡하기도 한다.
운동은 아이들에게 많이 시키려 애를 썼다. 아들에게는 태권도, 스키, 수영, 축구, 농구, 탁구, 테니스 등 각종 운동을 즐기게 하려고 했다. 장난치며 뛰어노는 것은 좋아했지만 운동하는 것을 싫어해 맛보기 정도씩만 시켰다.
체험학습은 학교에서도 많이 갔지만 집에서도 미술관, 박물관 등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주말과 방학 때면 역사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전국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캠프 등 단체 활동을 많이 시켰다.
우리 아이는 클수록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어려서는 그다지 수학에 접할 일이 없어서 이를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어휘력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많아 막연히 문과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에 접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저학년 때 아이가 수학익힘책 계산 문제를 보면 한두 문제만 하면 되지 왜 거의 똑같은 문제를 몇 장이나 해야 하냐며 숙제 안 하겠다고 떼쓰고, 책을 슬쩍 들춰보다가 맨 마지막 단원의 '생각하는 문제'만 골라서 풀고는 재미있다고 하며 이런 문제를 또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4학년 때부터 창의력 있는 문제를 다룬다는 주변 학원에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받게 했다. 주도적으로 스스로 학습하는데 익숙한 아이의 적성에 딱 맞는 곳이었다. 한 단원을 혼자 예습으로 풀어가서 수업시간에는 단원 점검으로 난이도 높고 창의력 있는 문제로 시험을 보고 그 중 몇 문제를 칠판에 풀게 하고는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학교 수업 외에는 뭐든지 배우기 싫어하던 아이였지만 수학 학원은 신이 나서 다녔고 수업을 마치고 오는 아이는 만족스러움에 얼굴이 벌개져서 활짝 웃곤 했다.
아이는 점차 수학, 과학 과목에 집중력을 보였고, 4학년 때 과학영재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 교육청 발명영재반에 학교 대표로 뽑혀 3년 동안 다니게 된 것이다. 각종 대회 때마다 선배나 친구들로부터 함께 팀으로 참가하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아이는 놀이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참여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수학에 많은 흥미를 보였고 경시대회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그러나 아이가 대회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는다거나, 잠을 적게 잔다든가, 다른 생활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도록 했다. 학교 생활을 최우선으로 여기도록 했으며 여가 활동도 다양하게 시켰다. 아이는 수학 공부도 즐기면서 했고, 대회 참가도 자기 점검과 문제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큰 상을 받아도 자랑하는 법이 없고, 상을 못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말에는 학교 대표로 대학영재센터에 지원할 기회가 생겼다. 수학 시험이야 그냥 하던 대로 보면 되지만 물리는 학교 공부 외에 따로 한 게 없어 2주 정도 중3 교과서 수준으로 훑어보게 했다. 고교 수준으로 시험을 준비하던 많은 아이들을 제치고 문제집 하나 풀어보지 않은 우리 아이가 서류, 창의력물리, 면접 등 3차례에 걸친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잘 하는 아이는 내버려 두어도 스스로 잘 하는데, 잘 하는 아이들에게 남 앞에서 상을 주고 칭찬하면 나머지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다.'라고 초등학교 때 교장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을 지금도 새기고 있다. 우리 아이도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품성 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인성 교육과 생활 교육에도 치중했다. 지금도 아이에게 무슨 직업을 갖든 여태까지 남보다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았으니 앞으로 남에게 베풀며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틈날 때마다 강조한다.
▲ 글을 쓴 신정혜 씨의 아들 여지우 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대통령 장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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