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의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34년 만에 이뤄지는 의료법 개정이 순탄치 않다. 현 정권이 뭣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하는데, 이번엔 어금니 깨물고 신발 끈을 단단히 묶은 것 같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 의약분업 때와 같은 대규모 충돌이 생길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개정안이 국민건강과 보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의료행위'에 '투약'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붕어빵 식' 진료를 초래할 수 있는 '표준 진료지침', '간호진단' 및 '유사의료행위' 신설 등을 꼽고 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반대 이유는 의사단체와는 다르다. 병원경영지원회사 도입, 병원의 영리사업 범위 확대, 환자의 유인 및 알선 허용, 병원 내 의원 개설 허용 등은 국민건강 보호보다는 의료기관의 수익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는 개정안에 대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는 한편, 의료서비스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의사단체, 시민단체 3자 모두 '국민건강'을 의료법의 법익(法益)으로 여기고 있는데도 개정안에 대해선 자신에게 유리한 의견만 내고 있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혹시 의료법을 '의사의, 의사에, 의사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론 전문직 단체로서 관련된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있어 전문성에 입각한 의견과 입장 표명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의료인을 옥죄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변인인 기자가 보기엔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개정안은 '의료행위의 정의'에서 '의료인이 관련 전문지식을 근거로 건강증진, 예방, 치료 또는 재활 등을 위하여 행하는 통상의 행위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건강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그 밖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기능으로 진찰, 검사,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 등 의료행위를 특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찰, 검사, 처방 등은 예방과 치료의 개념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 아닐까? 문외한(門外漢)으로선 그렇게 생각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겉으론 공조를 하고 있지만, 개정안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 다른 생각을 갖고 한 배를 탔을 뿐이다.

복지부도 원망스럽다. 의사단체가 지적하는 문제 조항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간호진단'과 관련 간호사가 의사의 진단 영역을 침범할 것이란 의사단체의 염려를 시원하게 풀어줘야 한다. '표준 진료지침'의 경우도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의사의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병원 밥값이 건강보험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돈 들여서 TV에 광고하며, 나 잘 했다고 할 것이 아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이해 단체를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야 하겠다.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복지부와 의사단체의 팽팽한 긴장은 국민건강에 해롭다.

김교영 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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