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만수 SK 코치 "삼성 응원 먼저 해주세요"

26일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야구장. 연습경기를 위해 이곳을 찾은 SK 와이번스 선수단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는 올 시즌부터 SK 유니폼을 입게 된 이만수 수석코치.

한 때 삼성이 붉은 유니폼을 입은 적도 있었지만 삼성의 상징은 파란색.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코치 자신도 삼성 선수들이 인사를 건네며 지나가자 "내가 입고 있는 붉은 유니폼이 아직 어색하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SK는 올 시즌 '스포테인먼트'를 말하며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야구, 팬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경기내용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팬 모두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이 코치의 설명이다.

"아직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부족합니다.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행동을 조심하고 모범을 보여야죠. 팬들도 마찬가집니다. 경기장에서 욕설을 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다같이 야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양일환 삼성 투수코치가 지나가자 이 코치는 양해를 구하더니 달려 나가 서로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양 코치는 이 코치와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거쳐 삼성까지 오랜 기간 함께 선수생활을 한 사이. 이 코치는 자신보다 세살 적은 양 코치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보자 한마디 했다. "어라, 완전 할아버지가 돼 버렸네." 양 코치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SK가 6대1로 이겼다. 하지만 이것은 연습경기일 뿐. 시즌이 시작되면 이 코치는 고향팀 삼성과 수차례 맞대결을 벌여야 한다. 그는 아직 자신을 잊지않고 있는 대구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면서도 삼성을 많이 응원해주길 바랐다.

"대구가 내 고향이고 내 집입니다. 유니폼만 바꿔 입었을 뿐이죠. 하지만 승부의 세계이니만큼 경기에선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 제가 있는 SK를 응원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야구장에 오셔서 삼성을 많이 성원해주세요. 홈팀에 애정을 보여줘야 야구도 더 활성화되고 재미있어집니다."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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