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scape)느릿느릿 섬진강 따라 파릇파릇 봄빛…경남 하동

'다시 섬진강을 따라 가며 보라.' 해저물녘 섬진강 가문 물길위로 비스듬히 비쳐 은빛으로 빛나는 강물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섬진강시인 김용택은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섬진강1)고 노래했다.

하동의 봄은 아름답다. 하동은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의 모래톱과 은빛 물결, 초록의 차밭이 있어 겨울에도 다채롭다. 그래서 섬진강변에서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햇살이 비친 강물이 만들어내는 은빛과 악양들 보리밭의 초록, 지리산 자락에 만개한 매화꽃의 순백색, 꽃봉오리를 만들어내면서 개화를 준비하는 벚꽃나무, 그리고 산비탈을 온통 짙은 녹색으로 만들고 있는 차밭이 어우러지면서 하동은 완연한 봄기운에 휩싸인다.

하동읍을 지나 악양들로 달렸다. 하동을 하동답게 하는 것은 섬진강과 지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다가 눈앞을 가로막던 지리산이 갑자기 사라지고 눈앞을 시원하게 틔운다. 평사리 '악양들'이다. 박경리 선생이 상상속에서 재현한 '토지'의 주무대인 최참판댁과 평사리 악양들판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 곳에서 서희와 길상, 조준구 등 온갖 인간군상들이 부딪치면서 한 시대를 그려냈다.

고소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최참판댁'이 자리잡고 있다. 참판댁 대청마루에서는 악양들이 아스라이 보이고 구비치는 섬진강 물줄기도 그리 멀지않다. 참판댁 뒷채 쪽으로 두길이상 자란 대숲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공교롭게도 최참판댁에서는 TV 드라마촬영이 한창이다. 주변이 어수선해진 건 그 때문이다. 먼발치서 보이는 배우들의 얼굴이 낯설다.

'토지'를 찍고 영화를, 그리고 다시 TV드라마를 찍느라 최참판댁은 결국 세트장화 돼버렸다. 최참판댁 뒤편 언덕 위에 마련된 평사리문학관에서는 토지를 비롯, 지리산을 토양으로 한 우리 문학의 보고들을 만날 수 있다.

악양들에서는 보리가 한창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보리싹들이 두터운 흙을 뚫고 고개를 내밀어 생명의 기적을 재현하고 있다. 이미 한뼘이상 키가 훌쩍해진 보리밭은 초록빛 봄색깔이다. 저 멀리 나들이나온 아빠와 아들, 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리밭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정겨워보인다. 지리산자락에서는 이만큼 너른 들이 없다. 가히 '만석꾼'이 나올 정도로 넓다.

화개장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화개(花開)'라는 지명은 아마도 꽃이 활짝 핀 봄날 지었을 터. 아직 벚꽃은 꽃망울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지리산자락은 홍매화가 한창이다. 일찍 온 봄기운에 홍매화는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고 때맞춰 벌이 날아들어 꽃술에 빠져서 나오질 못한다. 봄이다.

지리산 쌍계사로 가는 산자락비탈은 온통 이랑이 조성된 차밭이다. 아직 무거운 기색을 떨치지못한 초록이지만 조만간 경쾌한 초록색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사실 차(茶)의 고장이 보성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한반도에서 차가 가장 먼저 재배된 곳은 이곳 하동이다. 그래서 하동은 차의 성지다. 지리산 쌍계사 입구에는 '차시배지'라는 비석과 차문화센터 등이 우뚝 서있다. 신라 흥덕왕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종자를 갖고 귀국하자 흥덕왕은 이곳 쌍계사 '장죽전(長竹田)'에 심을 것을 명했다. 그래선가 하동군은 하동산(産) 야생차를 '왕의 차'라고 부른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대구에서 하동 가는 길

대구에서 하동에 가기위해서는 자동차를 이용,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성서IC나 화원IC,서대구IC등으로 진입, 옥포분기점에서 달성방향 구마고속도로로 접어들어야 한다. 칠원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진입, 진주방향으로 달린다. 함안,진주,사천을 지나 하동IC를 통해 하동군으로 들어간다.

하동IC에서 하동읍까지는 14km. 약 15분정도 걸린다.하동읍에서 섬진강을 따라 난 2차석 19번 국도를 따라 13km 달리면 지리산자락아래 악양면 평사리 악양들이 펼쳐진다. 악양에서 지리산쪽으로 25km 더 들어가면 지리산 청학동이다.

악양에서 8km 북진하면 화개장터가 나오고 오른쪽 화개동천을 따라 6km 더 올라가다보면 차시배지와 차문화센터에 이어 쌍계사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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