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제잔재 다시 보고 민족운동 바로 알자"

대구 식민지 흔적 지도에 표시 '신택리지' 내달 발간

도심 속에 숨어있는 일제의 잔재들과 역사의 진실을 짚어내고, 당시 인물들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시민단체와 학계 등 지역 전반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문화예술시민단체인 거리문화시민연대는 다음달 20일 대구 도심의 문화 역사 지도인 '대구신택리지'를 내놓는다. '신택리지'는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의 전통 공간과 근대 건축물, 고택과 종택, 테마골목, 역사거리 등을 총 망라한 생활사지도. 지난 2001년부터 6년여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2천여 명의 인터뷰와 답사를 통해 완성한 대작이다. 특히 신택리지는 중구 달성공원에 남아있는 일본 신사의 밑받침돌과 대구 최초 수도시설인 수도산 대봉배수지, 1천여 채에 달하는 일제시대 가옥 등 알게 모르게 지나갔던 식민지 시기의 잔재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권상구(34)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도심에 남아있는 거의 모든 일제의 흔적들을 지도에 표시했다."며 "잔재라는 이유로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현재 경관을 보존하고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3·1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현대에 되살리려는 민간 차원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사)한백청년회는 벌써 올해로 8년째 3·1운동을 기념하는 '횃불행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전재규 동산 교육역사박물관 명예관장(계명대 의대 명예교수)은 최근 계성학교에서 대구제일교회로 이어지는 3·1운동길과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을 잇는 문화거리를 만들자는 제안서를 대구 중구청에 내기도 했다. 지역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계산동 일대와 3·1운동의 맥을 잇는 벨트를 구성, 문화적 중심지로 키우자는 것. 이와 관련, 중구청은 3·1절인 1일 오전 기념행사를 마치는 대로 직원 200여 명과 함께 3·1운동길과 3·1운동 역사박물관을 찾아 지역의 3·1운동 역사를 듣고 독립만세를 부를 계획이다. 전 관장은 "시 차원에서 3·1운동길을 원형으로 복구하고 문화거리에 이상화, 현제명의 시비를 세우는 등 역사적 의의를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근대 초기 자본가들을 재조명하려는 학계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했던 대부호들의 자본 축적 과정과 성격, 민족성, 특징 등을 정리한 연구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인 것.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일수(45) 전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올 상반기에 지역에서 가장 부유했던 대부호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정재학, 서상돈, 서병조, 이일우 등 구한말부터 을사늑약 시기까지 활동했던 근대 자본가 10여 명을 3년여에 걸쳐 연구했다는 것. 1905~1910년은 우현서루, 교남학교 등 근대 학교가 지어지고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이자 대구상의의 전신인 대구민의소가 태어나는 등 대구가 전국 계몽운동의 중심이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대구시사 등 행정당국 차원의 연구 외에 민간 연구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피상적으로 이해했거나 조작됐던 당시 역사와 인물들을 재평가함으로써 지역사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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