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프로축구 감독들이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징크스를 안겨주고 있는 대전 시티즌을 이기겠다고 했고 박이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대행도 인천에 강한 대구FC에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올 시즌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싸움 붙일 일 있느냐?"고 되물었다. 설전이라기 보다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승부욕을 드러낸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야구의 김재박 LG 감독은 지난해 삼성을 의식, "돈 주고 좋은 선수들을 사서 우승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자극하자 선동열 삼성 감독은 최근 "LG가 그 정도 투수진을 갖고 있다면 우승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친한 선·후배 사이인 김 감독과 선 감독이 이런 말싸움을 했다고 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은 아니다. 선 감독은 팬들의 흥미를 돋워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감독들이 설전을 벌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재벌 기업으로 미묘한 자존심 대결을 벌여오고 있는 삼성과 LG가 양 팀 사령탑의 신경전으로 팬들의 승부욕을 더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두 팀은 1997년 시즌 LG가 삼성과의 3연전에서 17홈런을 얻어맞고 49점을 내주자 부정배트 의혹을 제기, 감정 싸움을 벌인 적이 있으며 당시의 앙금이 아직까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빅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 간의 설전은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으로 우수 선수들을 영입, 오만하기까지 한 무리뉴 감독은 다른 감독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 축구에선 감독과 선수 간의 설전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뤼트 판 니스텔루이는 이따금 퍼거슨 감독에 대한 독설을 퍼붓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AC밀란으로 옮겨간 호나우두는 파비오 카펠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비난한다.
박지성 등 유럽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전반이 끝난 후 라커룸에서 선수끼리 말싸움을 벌이는 광경에 놀라기도 했다고 하는데 감독에 순종하고 동료애가 강조되는 한국적 풍토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프로 감독들의 말 싸움은 재미있다.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말을 버리고 좀 더 성의있는 말을 한다면 팬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 '말 싸움'과 '말 솜씨'는 프로 스포츠의 양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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