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도공사 '여객운송약관' 소비자 불리 규정 많아

최근 서울 영등포역에서 출발해 동대구로 오는 KTX 왕복승차권을 산 A씨(38) 가족들은 큰 낭패를 봤다. 승차권 4장을 한꺼번에 잃어버려 재발행 받으려 했지만 '철도공사 여객운송약관'에 따라 승차권을 다시 살 수밖에 없었던 것. '철도회원'인 A씨는 이날 예약은 하지 않고 자동발매기에 회원번호를 입력, 신용카드로 계산했지만 역 창구 담당자가 '승차권 소지자=주인'이라는 약관에 따라 "만약 잃어버린 승차권을 누군가 사용을 했거나 반환했을 경우에는 요금을 돌려줄 수 없고 고객에게도 잃어버린 데 따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 때문에 A씨 가족은 결국 동대구행 열차표가 매진돼 결국 다음 열차를 탔고 요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철도회원이기 때문에 좌석번호, 이용시간 등이 다 전산처리돼 있을 텐데 재발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철도공사의 이용약관은 소비자의 편의를 무시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철도공사 여객운송약관의 일부 규정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공사의 '분실 승차권 재발행 제도'에 따르면 일반열차의 입석 승차권, KTX 자유석 승차권은 분실시 재발행이 안 된다. 신용카드나 포인트로 결제한 승차권, 예약승차권, 할인을 받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발행받은 승차권 등 전산시스템에 정보가 남아 있는 경우에도 이를 누군가 이용했거나 반환했을 경우엔 요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 이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현금 구매를 주로 하는 노인 등 교통약자들은 구제받을 길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는 좌석미지정 승차권은 누가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으며, 좌석승차권도 '구입자와 사용자가 같다'는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분실 승차권에 대한 재발행은 사실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민법(제192~210조)에도 승차권은 무기명식 유가증권으로, 점유자(승차권을 현재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승차권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특히 주운 승차권을 되산 승객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구입한 소비자가 이를 사용했다고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소비자 불리 조항'은 이 뿐만 아니다. 만약 잃어버린 승차권과 재발행 승차권 좌석이 중복될 경우 '좌석 우선순위'가 분실된 승차권을 가진 승객에게 있으며, 목적지 중간에서 잃어버려 재발행을 신청하면 신청 지점까지는 '무임승차'로 간주돼 요금의 최대 10배까지 물어야 하는 것.

한편 2005년 1월부터 시행된 철도공사 여객운송약관은 제정 당시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소비자보호원, 고충처리위원회로부터 의견수렴을 받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문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2차례 개정됐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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