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씨가 왜 이래?

짧은 2월이 가고 벌써 3월. 편의상 2월 말 까지를 겨울로 분류하고 3월부터 봄이 시작되지만 벌써 세상은 온통 봄 분위기로 가득차 '봄'이란 단어가 벌써 식상할 정도다. 예년에 비해 한 달 가까이 앞선 날씨다.

▲봄의 속도?

성큼 다가선 봄. 하지만 '봄이 오는 속도'는 시속 1㎞남짓도 되지 않는다. 마치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걷는 새색시의 발걸음처럼 조심스럽다. 봄이 오는 속도는 꽃이 피는 데 걸리는 시간과, 우리나라 지역 사이의 직선 거리를 바탕으로 추산해 낼 수 있다. 제주도에서 꽃이 피어 서울까지 북상하는데는 약 20일이 걸리는데 이 두 지역사이의 직선거리는 대략 440㎞. 그러니 하루에 22㎞의 속도로 봄이 다가온다는 계산이다.

▲봄의 복병, 꽃샘추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서 찾아오는 추위.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북쪽으로 치우쳐 지나며 흐린 날씨가 지속돼 낮에도 기온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그 이름만큼 꽃에 '독'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꽃이 핀 뒤에 찾아오는 잠깐의 추운 날씨는 꽃의 수명을 길어지게 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꽃샘추위'가 실종될 전망이다. 2월 중순부터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이 15℃를 넘나들면서 사실상 '겨울 끝!'을 선언한 것. 기상청은 앞으로 3월 초 한 두차례 꽃샘 추위가 찾아오겠지만 평년 기온에 그쳐 사실상 추위는 끝났다고 밝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흙비

봄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희망과 환희의 계절. 하지만 최근에는 봄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날로 심해져가는 황사 때문이다.

지난 2003년 평균 3일에 불과했던 황사발생 일수는 2005년부터 열흘을 넘어서 계속 상승추세에 있다. 특히 올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사상 최악의 '황사 대란'이 예고될 정도다. 올해는 중국 네이멍구 사막지역에 건조하고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황사를 덮어버릴 눈의 양이 부족하고 공기의 움직임도 활발한 상태기 때문.

황사를 흔히 지구황폐화의 증거라고 하지만 단지 근대화의 산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우토(雨土)' 또는 '토우(土雨)'라 적고 '흙비'라고 불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174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황사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봄비

왜 봄에 내리는 비는 빗소리조차 들을수 없이 보슬보슬 떨어지는걸까? 까닭은 수증기량에 있다. 봄에 우리나라에 비를 가져오는 온대성 저기압은 대부분 중국 대륙에서 발생,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건너온다. 이렇게 건조한 대륙을 통과하는 동안 상당량의 습기를 빼앗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의 양은 얼마되지 않아 살짝 땅을 적실 정도만 뿌리는 것이라고. 또 봄철에는 온도가 낮아 공기 중에 포화되는 증기의 양이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는 설명이다.

▲갈 길 잃은 봄

몇 년 전부터 봄이 짧아졌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다. 이는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봄은 스치듯 짧게 지나가고 대신 여름이 길어지는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도 많이 짧아졌다. 기상청이 하루 평균기온 섭씨 5℃ 이하를 겨울, 20℃ 이상을 여름으로 구분하고 그 사이의 기간을 봄과 가을로 구분해 계절 변화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1996~2005년) 겨울의 길이는 100일로 지난 30년(1971~2000년)보다 7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30년 간 봄은 평균 3월 12일 시작됐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3월 9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분석 방법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봄은 2월 4일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2월 4일의 평균 기온이 6℃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4일 이후 대구의 평균 기온이 5℃이하로 떨어진 날은 고작 사흘에 불과하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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