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객께서 앉아 계신 자리는 이 곳입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여기, 여기 등의 비상구를 통해 안전하게 빠져 나갈수 있습니다."
포항공단내 (주)비오씨가스 코리아(대표이사 사장 브릿트 킴버·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회사 관계자들에게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이 같은 비상탈출구 안내다. 들어서기 무섭게 나가는 길을 안내받게 되는 셈. '안전'을 가장 큰 근무수칙으로 하는 회사의 사풍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로, 1989년 업계 세계 최대 기업인 영국계 BOC그룹이 국내업체를 인수한 뒤 지난해 10월 독일의 린데그룹이 재인수하면서 현재는 독일계 회사로 분류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회사의 지분변동이 그다지 관심끌만한 일도, 크게 주목할 일도 아니라고 했다. "경영은 경영진의 몫이고 근로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직무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는 외국계 기업문화가 직원들의 몸에 밴 탓"이라고 했다.
포스코 출신으로 이 회사에 몸담은 지 17년째인 박광서(53·사진) 포항공장장은 "우리 회사가 포항공단의 에너지원"이라고 소개했다. 공기중에 포함돼 있는 산소와 질소·수소를 분리해 동국제강,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부제강 등 단지내 34개 업체의 에너지 및 품질관리용으로 사용하는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가동을 멈추면 포항공단의 대표적 철강사들도 모두 라인을 세울 수 밖에 없다. 포항 외에 충남 서산과 경기도 기흥에도 공장이 있는데 서산공장은 포항처럼 석유화학단지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에 주로 산소를, 기흥 공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질소가스를 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175명의 전체 직원들이 올린 매출액은 1천200억 원 가량. 주력인 포항공장의 현장생산직은 10명에 불과하다. 고철호 경영지원팀장은 "100년 이상된 전문기업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자동화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공장장도 "특정 분야 외길을 걸으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 타의 추종이 불가능할 정도의 독자영역을 구축했다."며 "이는 성공했다 싶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마구 뻗어나가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국내 기업과는 다른 외국계 회사만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산업용 가스시장은 한국산업가스, 대성산소, 프렉스에어코리아, 비오씨가스코리아 등 4개사 중심체제로 운영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회사는 모두 해외자본으로 운영되는 업체들. 이유는 국내에 가스생산 관련 설비기술이 거의 없어 관련 플랜트 생산능력을 갖춘 영국, 독일계 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는 것.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발달해 직원들이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상대적으로 높고 정규직으로만 구성돼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것도 우리 회사만의 특징"이라는 박 공장장은 "비오씨가스 코리아 임직원들은 포항 최초의 외국계 기업으로 다른 기업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어, 이것이 회사를 우수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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