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 '한반도 대운하' 비판…한나라 "선거개입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이 '선거판 흔들기', '선거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시발은 지난 달 22일 열린우리당 신임지도부와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노 대통령이 "(한반도)운하가 과연 우리현실에 맞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한 사실이 참석자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노 대통령은 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을 함께 거론하면서 "우리사회의 역사가 퇴행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매체와 가진 토론회에서 "경제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 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의 다른 시대정신이 있다."며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나 곱씹어 보면 현재 여론 지지도가 높은 대선주자를 공격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나경원 대변인이 "야당의 특정주자를 비방, 음해한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전 시장측은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국정 마무리를 잘하는 일에만 전념해 달라."고 맞받아 쳤다.

청와대측은 1일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이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자 "특정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논란확산을 경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토목이 경제의 중심인 시대는 넘어섰다. 지금은 IT, 지식산업 시대이며 (토목인 중심인 것처럼 말하는 건) 국민을 얕보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운하 비판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가 21세기 첨단 IT가 응축된 종합 예술이자 과학기술 발전의 결정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의 운하비판으로 시작된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을 청와대 측은 그리 싫어하지 않는 기색이다. 개헌을 향해 고독한 행군을 하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 개헌과 다른 주제지만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논쟁하며 정치적 관심의 중심에 서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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