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痲藥전쟁

탈레반, 테러, 전쟁, 국민 2명 중 1명이 빈곤층인 나라. 아프가니스탄은 우리에게 끝없는 전쟁과 가난의 어두운 이미지로 비쳐진다. 이런 아프간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약전쟁. 전세계 헤로인의 4분의 3 정도가 아프간에서 생산돼 밀수출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수도 카불에만도 약 6만여 명이 넘을 정도로 자국 내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다.

◇1979년 舊(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소련을 축출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세칭 '모기 작전'. 즉 '곰(소련)을 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모기(마약)를 이용해 괴롭히라'는 전략이었다. 미국 묵인 아래 대량 재배된 아편은 소련군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고 이젠 아프간을 마약에 취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대륙도 마약중독자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미얀마'라오스'태국 북부의 마약 생산지인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과 가까운 윈난(雲南)과 닝샤(寧夏) 등지에서 극심하다. 순박한 농부들이 마약으로 폐인이 되는 예가 허다하다. 1회용 주사로 돌려가며 마약을 맞다 보니 에이즈환자도 급증 추세다. 닝샤에는 마약중독 남편들로 인한 세칭 '과부촌'까지 있을 정도다.

◇지구촌이 마약에 절고 있다. 유엔 마약 감시기구 2006년 보고서는 동남아 일대의 밀수 코카인이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과 북미로 유입되고, 아프간은 2006년에 전년보다 약 50% 증가한 6천100t의 아편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27개 유럽연합(EU) 가입국의 국민 10% 이상이 코카인 사용 경험이 있고, EU 가입국 및 노르웨이'스위스 등에서는 성인의 6%가 대마초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메탐페타민(히로뽕) 사용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브라질'아르헨티나'미국과 함께 한국에서 식욕억제제가 무차별적으로 남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마약성 식욕억제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비만 치료제로만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은 妙藥(묘약)의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이내 우리를 쓰러뜨린다.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에 기대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다이어트 열풍 속에 식욕억제제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서도 안 될 일이다. 당국의 발 빠른 조치가 나와야 하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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