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과후 학교' 교사 선택제, 학생들 호응 높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대구 정화여고 1학년생들은 모두 PC 앞에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2학년 1학기 방과후학교에서 매일 2시간씩 자신이 배울 5개 강좌를 선택하기 위한 것.

잠시 후 홈페이지에 신청 메뉴가 열리자마자 재빨리 과목들을 클릭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마감돼 원하는 과목을 원하는 선생님께 배울 수 없기 때문. 2학년에는 모두 80개 강좌가 개설됐지만 90% 이상이 5분도 안 돼 마감됐다.

이연주 정화여고 교무부장은 "인기 강좌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마감됐다."며 "오후 8시에 신청을 받은 학년 방과후 학교 강좌 선택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 개설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이 올해 1학기부터 대폭 확대돼 수업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권충현 대구시 교육청 교육과정 담당 장학관은 "올해 방과후학교 운영의 기본 원칙은 학생 선택권 보장"이라며 "학교 사정이나 학생들의 선택과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것을 학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초·중·고교 교감과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들은 지난 1월말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들은 이후 2월 한 달 동안 학교별 운영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획일적인 보충수업으로 비판을 받아온 일반계 고교들은 학생 설문조사, 타 학교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화여고처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이 수강 과목을 선택하거나 서류로 직접 신청을 받는 등 대부분의 고교들이 선택형으로 전환, 방과후학교 운영 틀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됐다. 시간 배정 역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취약 과목이나 전략 과목에 집중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등 방과후학교가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신현태 성광고 교감은 "지난해까지는 수능 비중에 맞춰 과목과 시간 수를 똑같이 정했지만 올해는 학생의 판단에 따라 한두 과목을 10~20시간씩 배울 수 있게 했다."며 "학생 선택이 중요해진 만큼 교사들의 교재 연구나 수업 태도 등도 한층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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