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꽃들 앞다투네~" 봄 맞는 대구수목원

지푸라기를 뚫고 노란 꽃을 피운 복수초. 그 꽃 위에서 벌 두마리가 꿀을 따는 데 분주하다.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벌들이 마치 봄을 환영하는 왈츠를 추는 것 같다. 지나는 사람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이야! 복수초가 꽃을 피웠네." "정말로 봄이 왔네!"라며 환호성을 터뜨린다. 복수초를 쳐다보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도 신기하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2월 마지막날인 2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예년보다 높은 기온을 반영한 듯 수목원 곳곳에서는 봄꽃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겨울의 황량함이 가시지 않은 것 같지만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약용식물원에서 수줍은 산골 새색시처럼 노란 꽃을 피운 복수초를 비롯해 봄을 알리는 꽃들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모습들에서 봄의 향기가 느껴진다. 복수초와 멀지 않은 곳에서는 새끼노루귀가 봄 햇살을 한껏 즐기고 있다. 잎이 말려나오는 모습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귀란 이름을 얻었다. 앙증스런 분홍 색 꽃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름도 생소한 길마가지나무에도 하얀색의 투명한 꽃이 피었다.

습지원 갯버들에서도 봄이 물씬 느껴진다. 보송보송하게 가지에 붙어 있는 꽃눈들은 복슬복슬한 강아지처럼 귀엽고, 가지는 한껏 물을 머금어 싱그럽다. 풍년화에도 노란꽃이 피어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명자꽃은 아직 붉은 꽃망울만 맺은 상태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봄을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의 대표색이랄 수 있는 노랑으로 서로 자웅을 겨루는 꽃들도 있다. 산수유와 영춘화다. 산수유는 가지마다 한껏 노란 꽃을 피워 군무(群舞)를 추는 것 같고, 땅위로 새초롬하게 피어난 영춘화는 그 이름처럼 봄을 맞이하는 데 분주하다.

봄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삽시간에 피는 것이 특징. 납매를 필두로 봄꽃들의 릴레이가 시작된 대구수목원에서는 이달에 봄꽃들의 향연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수목원은 4계절이 다 좋지만 지금 이 시기는 나름대로 그 묘미가 있다. 유성태(37) 임업연구사는 "아기들이 귀여운 것처럼 꽃과 나무들도 어릴 때의 모습이 앙증맞고 소박한 멋이 있어 매력이 있다."며 "겨울바람을 뚫고서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우는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서둘러 꽃을 피워 종을 보전하려는 노력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배울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수목원을 찾아 봄꽃들의 이름을 같이 불러보고, 꽃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봄을 맞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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