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소리도 상품이다)'샤우팅 마케팅' 왜?…시끄러울수록 잘 팔려

시장터 마케팅 대형유통업체로

"매출 상승은 제 목소리에 달렸습니다."

신 마케팅 기법인 '샤우팅(shouting) 마케팅'이 뜨고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골라~골라~". 단순히 소리만 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하지만 무작정 소리만 내지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손님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목소리는 따로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 만촌점 지하 1층 수산점에서 일하는 김건우(29) 씨는 샤우팅 마케팅의 달인으로 통한다. 매장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생 목소리와 속사포 같은 말재주로 입을 열었다 하면 매출이 올라간다.

김 씨의 목소리는 매장 안에서 단연 돋보인다. 대형마트 점원들은 고객을 모으는 것을 '멘트를 친다.'고 얘기한다. 양념치듯이 맛깔스런 목소리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김 씨로부터 고객을 모으는 '목소리의 비법'을 들었다.

▶추상적인 용어는 피해야

김 씨는 "소리를 지를 때 추상적인 말은 피해야 된다."고 했다. 손님이 왔을 때 "저렴합니다. 쌉니다."라고 무작정 외치면 효과가 없다. 현실적인 멘트를 해야 한다. "1만 5천 원 하는 것을 1만 원에 판매한다."라고 말하는 등 저렴하다는 느낌을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가 필수다. 경쟁 업체와 시중에서 팔리는 가격을 분석한 뒤 판매가격과 비교해야 한다.

▲요리법도 알려줘야

김 씨는 또 "고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싸지만 먹는 방법을 모르면 허사다. 낙지를 판매할 경우 "온가족이 모여서 고추장 넣고 드시면 저녁 반찬 고민 끝입니다."라면서 고객들에게 요리방법도 가르쳐 줘야 한다.

▲신세대 용어는 피해야

피해야 될 용어도 있다. '드셔보삼' 등 신세대들의 유행어는 주부 등 나이 든 고객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반말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항상 재미있게

박수는 기본이다. 발을 구르는 것은 시끄럽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손을 나팔모양으로 하거나 상품을 손으로 가르킨다. 멘트는 길게 하면 안된다. 적당하게 5분 정도 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한다. 계속 소리치면 고객들이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어

김 씨는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3, 4개월 정도 하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목소리로 고객을 사로잡아 많이 팔아도 인센티브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즐거워하고 매출이 오르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쇼핑을 도와주는 쇼핑 도우미가 되고 싶습니다."

◈'샤우팅 마케팅' 뜬다

재래시장은 갈수록 조용해지고 대형마트는 시끄러워지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에 가면 시장보다 더 시끌벅적하다. 특히 주말이 더하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시끄러운 이유는 '샤우팅 마케팅' 때문. 샤우팅 마케팅이란 고객이 많이 몰리는 오후 2시~6시 사이에 소리를 내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축산·수산·농산물 등 신선식품을 판매할 때 주로 이용된다.

대형마트가 '샤우팅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소리를 내서 판매할수록 매출이 올라가서다. 이 경우 고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고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가 조사한 결과, 소리지르지 않은 날과 지른 날의 오후 2시~6시 사이 수산코너 매출은 30% 정도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샤우팅 마케팅의 원조인 재래시장에서 "골라~골라~" 하면서 고함지르고 박수치는 풍경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상인 김경춘(58) 씨는 "요즘 목소리로 고객을 끄는 옷가게는 거의 없다."면서 "소리 지르면 주위에서 시끄럽다고 항의하는데다 시장 경기가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25년째 장사하고 있는 정창수(50) 씨는 그래도 아직까지 박수치고 다리를 구르면서 고객을 끌어모은다. 젊은 시절 고함을 지르면서 장사했기 때문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변했다. "목소리가 변해도 도리가 있나요. 이걸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요. 항상 목소리에 고마움을 느끼죠."

예전 서문시장에는 정 씨처럼 목소리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30여 명 있었다고 한다. "모임도 만들어서 친목을 다지기도 했었죠. 주로 대부분 의류매장 종업원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소리로 손님들을 끌어모으면 저도 지지 않기 위해서 소리를 더 크게 질렀죠."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따라하기도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면서 "시장이 조용해지는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목소리로 고객을 끌어모으겠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목소리 업그레이드 방법

▨정확한 발음 이렇게…

▶충분히 입을 벌려 발음하라.

▶연음법칙을 지켜라

▶고저장단을 정확히 하라.

▶구와 절, 문장 부호들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멈추라.

▶낱말 하나하나를 말하는 것보다 문장 전체를 말하라

▨동그란 목소리(공명이 좋은 목소리) 디자인 기법

▶호흡 조절-복식 호흡을 하라.

▶몸 근육의 긴장을 풀어 감정을 해방시킨다.(목구멍과 괄약근을 동시에 푼다.)

▶음량을 조절하라.

▶금연하라.

▶충분한 물을 마시라. 하루에 8컵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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