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소리도 상품이다)컨택센터…LG텔레콤 대구고객센터

하루 8시간 120여 통 전화…내 목소리는 회사의 얼굴

미국 한 심리학자가 내놓은 상호커뮤니케이션 연구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메시지의 전달 요소에서 '내용'은 겨우 8%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반면 '목소리'가 38%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라면 이미 38%의 긍정적인 힘을 갖고,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에서 소리쳐 고객을 모으는 '샤우팅(shouting) 마케팅'에서도 목소리의 비법이 숨어있다. 성공을 부르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목소리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직장에 목, 허리, 어깨 피로를 풀어주는 안마치료실이 있다?' 거짓말 같은 얘기지만 대구시 동구 신천동 LG텔레콤 대구고객센터에는 정말 안마치료실이 있다.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온 몸에 피로가 쌓인 고객상담사들은 이곳에서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안마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떨쳐낸다.

2004년 문을 연 LG텔레콤 대구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310명. 22세부터 32세까지의 여성들이 95%를 차지하고, 나머지 5%가 남성. 고객상담사 또는 고객업무 전문가로 불리는 고객센터 여성 직원들이 하는 일은 고객들의 전화를 받아 상담하고,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고객과 회사 서비스팀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하루 8시간씩 헤드셋을 끼고 '목소리만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컨택센터라는 말처럼 전화를 매개체로 해 고객과 회사를 잇는 창구 또는 접점 역할을 맡고 있는 셈.

입사한지 3년이 된 우상희(29) 씨는 "하루에 많게는 120여 통에 이르는 전화를 받다보니 목소리만으로도 고객들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 요금 및 부가서비스 관련 문의가 90% 정도를 차지하며, 어떤 때는 자녀들의 휴대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거칠게 항의하는 부모들도 있다.

다짜고짜 항의부터 하는 고객을 만날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 우 씨는 "대화를 통해 책임지고 서비스를 해드리겠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단 우선 고객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게 원활한 업무처리로 직결된다. 또 관련 업무를 알아본 뒤 몇시까지 전화를 드리겠다고 약속한 후 반드시 지켜 믿음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연희(25) 씨는 "8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다."며 고된 업무 강도를 토로했다. 하루 종일 고객과 대화를 해야하니 목 관리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퇴근 후 가습기를 틀어놓기보단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르면 목이 깨끗해져요. 또 자스민 등 허브차를 즐겨 마십니다. 그리고 아침밥을 꼭 챙겨먹어요. 아침을 먹지 않으면 힘이 없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힘드니까요."

수많은 통화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다양하다.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직장 안에 있는 안마치료실, 꽃꽂이방 등에서 기분을 전환하기도 한다. 또 '야놀뫼'란 봉사단체를 만들어 달성공원 등지에서 무료급식봉사를 하며 고객을 향한 마인드를 다잡고 있다.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 부산 등을 커버하는 대구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은 하루 1만 여명. 대뜸 욕부터하거나 여성 고객상담사들에게 음란한 대화를 하는 등 별의별 고객들도 있다. 무턱대고 높은 사람을 바꾸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손은효(27) 씨는 "전화로 대화를 하다보니 첫마디부터 욕을 하는 고객도 계시다."며 "10여 분 동안 고객들에게 전후사정을 잘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드리면 전화를 끊을 때엔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을 하다보니 서비스에 감동, 이를 직접 표현하는 고객들도 있다. 친절한 서비스에 상담사 이름을 기억해뒀다 나중에 안부전화를 해주는 고객들도 있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남성 고객들도 가끔 있다. 어떤 경우엔 꽃을 배달해주기도 한다.

늘 긴장 속에서 근무하지만 고객상담사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저희들의 목소리가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고객들과 직접 만나는 저희들이 바로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글·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이렇게 말한다

하루종일 목소리로 고객과 만나는 상담사들. 발성은 물론 고객과의 대화기법에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우상희=자동응답시스템(ARS)과 같은 딱딱한 목소리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해요. 표준어를 쓰지만 가끔은 사투리 억양을 반가워하는 고객들도 계셔요. 날씨 얘기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도 부드러운 대화를 위한 한 방법입니다.

▶김연희=저는 많이 웃는 편이에요. 30초를 웃으면 30분 운동하는 것과 같다고 고객님들에게 얘기하면서 서로 웃음을 주고받습니다. 젊은 고객과 만날 때엔 "파이팅 하세요."란 말을 하며 고객들의 기분을 올려드리려 노력하지요.

▶손은효=책상 정리를 잘 하려 노력합니다. 주변이 잘 정돈돼 있지 않으면 대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게 힘들어지니까요. 사랑, 행복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해 고객들의 기분이 좋아지도록 애를 씁니다.

이대현기자

◈대구가 앞선다

"컨택센터, 최고 명당은 대구!"

휴대전화 고객들의 전화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LG텔레콤 대구고객센터는 이 회사의 전국 고객센터 4곳 중 고객만족도 1등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대구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이 같은 연유는 지역 여성들의 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김현덕 LG텔레콤 대구고객센터장의 얘기다. "좋은 마음에서 좋은 목소리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저희 센터의 경우 99%가 지역 출신인데 부모님 등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대단합니다. 이런 마음 자세가 고객에 대한 우수한 서비스로 연결된다고 봅니다."

때문에 컨택센터의 입지로는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상담사들의 그날그날 기분을 파악,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과 안마치료실 등 상담사들을 배려하는 회사의 적극적인 태도도 고객 만족도 전국 1등의 비결로 꼽히고 있다. 대구에는 13개 컨택센터가 있으며 규모는 5천 석에 이르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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