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는 동안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상처에 대해서 가슴 저리는 순간들을 견디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했었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는 몰라도, 작가 공지영의 고백처럼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모른다' 는 말로 지나치고 말았을, 몰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열일곱 살 소녀를 강간 살해하고 그래서 죄없는 사람 셋을 죽이고 사형수가 된 윤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자살, 어머니한테서의 버림받음, 눈먼 동생 은수의 비참한 죽음,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마저 돈 때문에 위험해지자 돌이킬 수 없는 흉악스런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러나 30년 동안이나 한결같은 사형수의 어머니인 모니카 수녀님과 그 만큼이나 상처 받고 뒤틀린 문유정을 통해서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하여 너무 늦게 깨닫게 된 사랑의 힘으로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살인자의 얼굴을 벗고, 순하고 맑은 얼굴을 한 천사가 되어서 사형당한다.
회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까지의 자신을 새롭게 바꾸는 것, 다른 삶으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나 회개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는 충격적인 시간동안 줄곧 맨발로 서 있는 느낌이었고, 가만히, 맨발보다 더 낮게 가라앉는 것 같았고, 가만히 흐느껴야 했다.
공지영은 '결국 사형수이든 작가이든 어린이든 판사이든,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쓰는 고통의 시간을 기꺼이 견뎠던 것이다. 더구나 무섭고 혐오스러운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사형을 기다리는 날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죽음의 공포를 견뎌야 하는 것. 그래서 지옥보다 더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사형수들. 아무리 더럽고 무서운 죄를 지은 사형수라 하더라도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참회와 용서를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또 하나의 죽음을 부르는 사형제도의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이천 년 전, 사람의 아들로 온 예수가 세 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의 배반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는 예정된 시간을 두고서도 마지막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그 예정된 시간의 예수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노진화(생각과느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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