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은 지금 '사교육 열풍 중'

"안녕하세요 ○○이 어머니시죠? ○○이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는데, 내년부터 고입 선발고사 부활된다는 얘기 들으셨죠? 그냥 두면 고교는 몰라도 대학은 심각해지거든요…."

"자격만 갖추면 들어가는 고교는 이제 문제가 아니에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입 공부를 시켜야 합니다. 선행학습이 중요해졌어요."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김모(40·여·포항 용흥동) 씨와 딸이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간 최모(38·여·포항 장성동) 씨는 요즘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발신자는 제도 변화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을 권유하는 학원이나 과외강사 등.

◆"평준화된다고? 초교부터 대입 준비하세요"

포항이 내년부터 고교 평준화를 도입하기로 하자 중학생 명문고 진학에 초점을 맞췄던 학원·과외강사들이 발빠르게 선행학습 체제로 돌아섰다. 초교 6학년과 중학교 신입생들을 상대로 대입 심화과정을 내놓고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아파트단지 게시판과 벽보판, 각 가정 현관문에는 '고입은 예선, 대입은 본선. 초등부터 대입전략 짜야 한다.' '새 제도에 맞춘 입시전략과 과목별 책임지도안 마련'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홍보전단이 나붙거나 뿌려지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지금까지는 상·중·하위권 고교 등급과 학생 수준을 맞춘 입시전략과 교과수업이 진행됐지만 평준화 이후에는 획일적 지도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개인별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는 곧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앞으로 중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선발고사를 위한 정상교과 수업을, 학원 등 사교육 분야에서는 선행학습을 받는 2원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6년의 과외강사 김모(42) 씨도 "초등 6년이나 중학생부터 국·영·수 중요 3과목과 함께 논술을 익혀 고교내신 관리와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들의 새 '전략'은 사교육비도 끌어 올렸다. 지곡·대이·창포·장성·용흥동 등 주거밀집지역 일부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체제 개편을 이유로 많게는 월 3만 원 정도 수강료가 올랐다.

◆학부모 "어떡해요?" 당국 "지켜봅시다"

학부모, 학생들은 일부 학원들의 이 같은 '엄포'와 선행학습 열풍에 지레 겁먹고 덩달아 학원과 명강사 찾기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제도 변경으로 학부모, 학생들만 골탕먹고 사교육은 살찌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교 신입생 딸을 둔 정모(44·대이동) 씨는 "사교육 관련자들이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며 "정말 학원 말대로 학교공부만으로는 부족한 건지,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당국에서 지침이나 지도안이라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44·창포동) 씨는 "고교 평준화와 선발고사 시행이라는 두 가지 원칙 외에 들은 게 전혀 없다. 학원들이 저렇게 앞서가고 있는데도 학교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 불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관망하는 자세다.

경북도교육청 및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정확한 방향이 가늠될 것"이라며 "학습지도안이나 수업지침도 뚜렷하게 마련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학원 등의 선행학습 권유는 제도변화 이후 수강생 유지를 위한 과잉홍보의 측면이 강하다."고 했고, 한 중학교 교사는 "굳이 학원 수강 등 사교육이 필요하다면 선행학습보다는 차라리 교과에 맞춰 나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그러면서 학부모들 혼선을 줄이고 수업방향을 돕기 위해 이달 말쯤 포항에서 새 고입제도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고교 선발고사가 별도의 사교육을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