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어마어마한 시 한편 드립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 겨울 복간된 '비평'지(통권 13호)에 실린 정현종의 시 '방문객' 전문이다.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가슴 속에는 아주 느리고 고요하게, 그러나 순간적으로, 순결한 감동과 충격의 파문이 번져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내 가슴 속에서 번져 나가고 있는 그 파문이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으로 번져나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방문객'이란 나를 찾아온 사람이다. 아무리 귀한 방문객이라도 그는 내 곁에 잠시 머물다 떠날 사람이다. 그 방문객 한 사람이 내게로 오는 것을 정현종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현종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적인 만남을 이렇게 풋풋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들려주고 있는 좋은 시인이다.

한 사람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것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이라면,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랑을 나누는 연인, 혈육을 나눈 가족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대체 얼마만한 깊이와 무게를 가진 '어마어마한 일'이겠는가.

이 작품은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만남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키면서,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친구와 연인과 가족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가슴 저리게 확인하는 기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벌써 봄이 시작되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아니 기다리지 않아도 달래와 냉이, 꽃다지들의 자욱한 무리를 앞세우고 우리 곁에 와 있는 봄이라는 이름의 이 놀라운 방문객을 '어마어마한 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늘 내 곁에, 내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웃들의 존재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축복이며 놀라움인지를 확인하면서 봄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 보자.

김선굉(시인·의성 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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