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6cm에 몸무게 54kg. 잔병치레 없이 자랐다고 자부하는 김민혜(26·여·달서구 상인동) 씨는 한때 헌혈에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20살 때 헌혈을 한 것이 마지막이라는 김 씨는 "언젠가부터 피로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것 같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방학만 되면 만성적인 혈액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적십자혈액원이 등록헌혈제를 활성화해 등록헌혈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의 숫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대구경북적십자 혈액원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건수는 모두 18만여 건. 이중 등록헌혈자의 헌혈은 3만 6천여 건으로, 전체의 20%가 될 정도로 점점 혈액의 주요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성 등록헌혈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여성들이 신체·심리적 요인으로 헌혈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또 다이어트 붐에 따른 무리한 체중 감량이나 영양 부족으로 신체조건이 바뀌어 헌혈부적격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감소의 한 원인이다. 혈액원 채혈 담당직원에 따르면 혈색소 수치가 낮거나 몸무게가 적어 헌혈을 하지 못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는 것. 박성자 대구경북적십자혈액원 간호팀 채혈담당은 "헌혈을 하기 위해 혈액원을 찾는 여성 중 절반 정도가 혈색소 수치가 낮아 헌혈부적격 판정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헌혈 후 어지럼증이나 피곤 등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심리적 불안감으로 헌혈을 기피하는 경우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등록헌혈의 경우 신체리듬에 맞게끔 적절한 때에 정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는 만큼 신체에 큰 무리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동석 동산의료원 혈액학 전공 박사는 "생리나 일시적 빈혈 등 때를 제외하면 그 외 기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갑자기 섭취음식량을 줄이게 되면 단백질, 철분 등 혈색소 숫자와 연관이 있는 영양분 섭취가 안돼 헌혈 부적격자로 분류되기 쉽다."고 말했다.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도 "여성이 헌신, 동정에 대한 마음은 남성에 비해 강하지만 갑작스런 신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 헌혈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헌혈 뒤 몸 상태가 달라지면 헌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지역 등록헌혈자는 5천 명으로, 전국 등록헌혈자의 22만여 명의 2% 선에 머무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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